[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2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고 있는 소장 채수지 목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의 교단과 교회의 자정 능력에 불신을 표출했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2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고 있는 소장 채수지 목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채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의 교단과 교회의 자정 능력에 불신을 표출했다. ⓒ천지일보 2018.10.25

기독교여성상담소장 채수지 목사

현재 교회 내 성폭력 현실 진단
“신도, 심리적 유아 상태로 창조
‘그루밍 성범죄’ 교회 내서 만연”
“교단·교회 모두 자정 능력 상실
가해 목사, 사회법으로 심판해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목사가 성범죄에 더 노출될 수 있는 이유는 여신도들이 목사를 하나님처럼 믿고 따라서다. 목사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여성을 타겟으로 삼아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고 한다. 겉으로 거룩해 보이는 목사는 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신성한 대상이 아니며 주의 종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올 초 사법계 미투로 확산된 미투 운동이 종교계로 번지면서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끓어올랐던 한국교회 내 관심이 성폭력 문제해결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

천지일보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고 있는 소장 채수지 목사를 만나 최근 분위기를 들어봤다. 채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의 교단과 교회의 자정 능력에 불신을 표출했다. 그는 “교회 성폭력은 교회 내에서 해결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사회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채 목사는 그동안 상담소에 접수된 사례들을 통해 현재 교회 내 성폭력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목회자 성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로 ▲교회 내 남성폭력을 허용하는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 ▲절대적 의존 부추기는 맹목적 순종 ▲교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폐쇄적인 교회재정 ▲개교회 중심주의 등을 꼽았다.

채 목사가 소개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나타나는 ‘그루밍(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자행하는 성범죄)’ 수법이 교회 내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3~40대 신자들이 그루밍 성범죄를 당하는 이유에 대해 채 목사는 “교회가 신도에게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강조하며 심리적 유아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가 신도들에게 절대적인 의존과 애착을 강조한다”며 “‘목사님 말씀에 의심하면 안된다’ ‘그냥 아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멘 하십니까’ 등 의심의 요소가 들어가면 마치 안 이루어진다는 식의 믿음을 강조해 겉으로는 장성한 성인이라 할지라도 내면은 어린아이와 같으므로 그루밍 성범죄에 넘어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종교성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심성이 더해지면 애착과 의존에 절대성이 부가돼 합리적 판단이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진단했다.

채 목사에 따르면 목사는 교적부 등을 통해 신도들의 개인 정보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성도들은 기도 부탁을 위해 목사에게 은밀한 비밀까지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은 목사를 절대적인 하나님의 존재로 보고,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목사에게도 적용해버린다. 그래서 ‘목사님이 하는 것에는 오류가 없다’ ‘목사님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채 목사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채 목사는 “목회자는 성도들의 취약점과 개개인의 사생활까지도 쉽게 알 수 있어 권력의 오남용이 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교회 내 성폭력을 ‘불륜이다’ ‘둘이 사랑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목사가 권력의 우위에 있으므로 관계를 조종하기가 쉽다”며 “교회 자체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이 상호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채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은 암세포와 같다”며 “교회는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믿음, 소망, 사랑을 가지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곳이다. 그런데 성폭력은 이러한 믿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폭력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며 “회개와 용서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처벌만이 아닌 치유와 신뢰 회복, 진정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성범죄 목사를 사임시켜도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알리지 않기에 은폐가 쉽다”면서 “가해 목사가 다른 교회나 교단에 가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가해를 하다보니 교회가 성폭력에 취약한 것”이라며 가해자의 신상 공개나 정보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 목사는 “가해자가 회개해 변화되는 것을 공동체가 모두 목도를 하고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목사는 성폭력 피해 신도들에게 “무엇이 교회 성폭력인지 인식해야 한다”며 “목회자가 사랑한다며 접근해오면 성도로서는 당연히 혼란스럽다. 그래서 일단 의심해야 한다. 가해 목사의 말만 듣지 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또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려 하지 마라.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종교 행위로 규정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사회법조차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을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현재 만민중앙교회와 성락교회 등 논란이 되는 이때, 경찰과 검찰들은 법원에서도 종교 내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를 눈감아버리지 말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끝으로 채 목사는 “지금처럼 여성 단체가 함께 모여 시위를 하거나, 종교계 여성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상을 공유하고 연대하기로 힘을 모을 것”이라며 “다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성폭력 가해자들이 진정한 범죄자로 취급될 것”이라고 동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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