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1939~2017)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시평]

밝음과 어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밝음과 어둠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밝음의 시간이 있으면, 이내 자신도 모르게 어둠의 시간이 찾아오고, 그 어둠의 시간 속에서 아픔을 겪다보면, 다시 언제 그랬느냔 듯이 밝음의 시간이 찾아와 우리의 곁에서 출렁이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은 밝음과 어둠이 다른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에 있는 것이리라. 자신이 처한 현실과 삶을 밝음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둠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느냐에 따라, 밝음과 어둠이 우리의 삶에 자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별이 발하고 있는 저 밝음은 다름 아닌 어둠이 그 배경이 되었기 때문임을 스스로 자각을 한다. 이 평범한 진리에의 자각은 곧 어둠과 같은 삶의 질곡 속에서도 별과 같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일깨워준다. 

지금 밝음 속에서 살면서 그 밝음에 취하여 사는 사람들은 그 밝음으로 인하여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지를 못하지만, 진정한 삶의 가치, 진정한 삶의 밝음은 어둠 속에서, 어둠과 같은 질곡 속에서 진정 찾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둠이 없는 밝음, 어둠이 없었던 삶은 그래서 어느 의미에서 진정한 밝음, 진정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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