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1

기독교·불교계 성직자 성문제 토론회
“성평등, 사회 보편 문화로 형성돼야
정당한 대가 치를 때 폭력 중단될 것”
2차 피해 예방하는 입법 필요성 강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사례1. 작년 10월 중순, 신도인 윤수하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던 온누리교회 부목사인 정모 목사는 차안에서 윤씨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그에게 입을 맞췄다. 이때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온누리교회 부목사인 정모목사와의 부적절한 만남은 계속됐다. 이 같은 관계가 불편했던 윤씨는 함께 사역하던 온누리교회 여전도사에게 있었던 사실을 전부 털어놨다. 같은 날 교회는 당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불륜으로 결론 내리고 정 목사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사례2. 2017년 7월 31일 조계종 본사와 경북지역 여러 사찰에 ‘주지승려 성폭행범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팩스가 전송됐다. 해당 문서에는 25세 여성이 경북 칠곡군 소재의 꽤 규모가 큰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출산까지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서에 언급된 스님은 조계종 내에서는 판사의 역할인 초심호계위원까지 맡고 있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보통 목회자의 성문제는 ‘불륜’ 또는 ‘화간’이라는 말로 알려져 목사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포장된다”며 “그러나 목사의 불륜이나 사기, 간음으로 협소화 되는 목회자 성문제는 교회 성폭력이다”고 강조했다.

채 소장은 “그루밍 성폭력이 불륜으로 프레임화되고 있다”며 윤씨 역시 다른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채 소장에 따르면 그루밍 성폭력은 성범죄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대상의 호감(취미나 관심사 등 파악)을 얻고 신뢰를 쌓은 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자행하는 성범죄를 가리킨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이를 명확하게 성폭력이라고 인지하기 어렵고, 오히려 목회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채 소장은 이러한 세뇌 과정이 심리학 용어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피해자들에게 “그루밍 성범죄의 사로잡는 덫과 같은 악마적 관계는 윤씨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끝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에는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보편 문화가 돼 성범죄가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면 가부장제의 남성 폭력은 중단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성범죄 당사자와 교회와 교단에는 “진정한 죄의식을 느끼고 피해자와 한국교회 앞에서 죄책 고백과 회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1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김선실 상임대표도 “성직자라는 권력에 둔 목회자 성폭력은 가해자 중심의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피해자 입장에서 잘못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상임대표는 윤씨 사건에 대해 ▲온누리교회는 ‘불륜’이라는 단어가 삭제된 사과문을 작성해서 다시 발표할 것 ▲가해자인 목사는 ‘불륜’이 아닌 명백한 성범죄라는 사실이 담긴 개인 차원의 사과문을 발표할 것 ▲온누리교회는 가해자가 속한 미국 교단에 성범죄 사실을 알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불교계 패널로 나선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은 “한국 불교계의 미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성폭력 사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존경받는 승려에게 당한 피해자는 자신이 지탄받을 거라는 두려움과 자신이 믿는 종교가 비난받을까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지원네트워크 자문위원 차미경 변호사는 “1차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는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2차 피해를 예방하거나 그 피해를 구제하는 것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미투 운동을 통해 2차 피해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1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피해자지원네트워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목회자의 성문제, 불륜인가 성범죄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18.10.1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