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치밀한 캐릭터 분석과 상상력

아침형 인간·사랑꾼 면모 갖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5년 MBC 연기대상, 2017년 SBS 연기대상 등 두 차례 대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자타공인 연기의 신 배우 지성. 장르와 역할마다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내 극찬을 받은 배우 지성이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을 통해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지성은 장동 김씨 일가의 세도 정치로 혼란스러운 조선 후기, 권력 싸움에서 목숨을 부지하고자 상갓집 개를 자처하며 사는 몰락한 왕족 ‘흥선’으로 분해 지금까지 알려진 흥선대원군과 다른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가 구현해낸 흥선은 어떤 모습일지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홍보를 위해 만난 지성을 만났다.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흥선은 거칠고, 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반대로 선한 흥선이 몰락한 왕족이 돼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나라를 개혁하려고 마음먹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땐 권력으로 좌지우지되는 시대였잖아요. 기록을 보면 왕족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백성은 흥선을 따랐다고 해요. 흥선에게 어느 정도의 바른 모습과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지성은 자신이 연기한 흥선대원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흥선이 ‘선하지 않다’ ‘거칠다’라는 선입견을 버렸다. 그는 지극히 선한 사람이고 그 시대에는 올바른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환경 자체가 흥선을 바꿔놨을 것”이라며 “그에게도 어느 정도의 올바름과 리더십이 있지 않을까 싶다. 목숨을 부지하면서 나라를 개역할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결과가 역사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흥선대원군에 대한 역사적 사료는 많이 있으나 지성을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그는 “흥선대원군이니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왔지만 많이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기가 어떨지를 상상해봤다”며 “어린 시절 많이 아프고 힘들어 열등감이 생겼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최대한 인간적인 동네 형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가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쓰는 흥선이와는 다른 어려움이겠죠. 주변 사람들이 위협에 처하게 되자 나라를 바꾸겠노라고 다짐한 것 같아요. 그게 흥선의 광기를 자극한 거죠.”

영화에서 흥선은 가장 감정변화가 큰 인물이다. 흥선을 맡은 배우는 감정변화가 큰 만큼 감정이 동요될 수밖에 없다. 지성은 “작품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 아내와 가정이 있어서 힘들어할 겨를이 없다”며 “드라마 하는 동안 아내가 둘째를 가졌다. 장모님이 오셔서 봐주시긴 하나 가족들이 저 오는 시간만 기다린다. 혼자 있으면 배낭여행이나 가겠지만 가족 덕분에 쉽게 배역에서 빠져나온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성은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배우다. 체력을 위해 운동은 물론, 작품을 쉴 때도 개인 액션 트레이너에게 훈련을 받는다.

이에 대해 지성은 “40대 중반을 들어서니 갑자기 액션을 연습한다고 되지 않더라. 무엇이든 흉내를 내는 정도만 하고 싶진 않다”며 “언제부턴가 트레이너와 함께 연마하고 몸 쓰는 걸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배우니까 오래가기 위한 자격조건을 맞춰가야 한다. 제가 70살일 때 딸 지유가 대학생이 된다. 지유아빠로서도 힘을 받으려고 노력한다”며 “사실 최근 발레를 스트레칭하고 다리도 찢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성. (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성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또 아이가 자는 저녁 8시에 자고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지성은 “아이를 키우면서 뭔가를 다 하는 게 쉽지 않다. 애는 놀자고 울지 밥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는데 대본도 봐야 한다”며 “그래서 아이랑 자는 방법을 택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미셸 오바마가 ‘힘들다고 하지 말고 시간을 바꿔보라’ 하더라. 시간을 바꿔보니 즐겁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시나리오 보고, 운동하고, 커피마시고 있으면 아이가 일어 난다”며 “생각 조금만 바꿔도 달라진다. 중요한 건 부부가 서로 잘해야 한다. 못한다고 하면 저도 못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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