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인들이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인들이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다. ⓒ천지일보 2018.10.5

지난 6월, 전국 소멸위험지역 89개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가봤더니

보행자 없고 적막감만 감돌아

“70~80세 노인이 대다수 주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예순은 이 마을에서 젊은이지.”

4일 서울에서 3시간가량 승용차로 달려 내려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주민 이화배(73, 여)씨는 이같이 말하며 씁쓸한 듯 웃었다. 이씨의 곁에서 말을 듣고 있던 또 다른 주민 박경열(가명, 78, 남)씨는 “이 동네에서 제일 막내라 불리는 사람이 올해로 환갑이다”라고 거들었다. 

지난 7월,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급속도로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으로 인해 지방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은 없고 노인인구가 더 많은 ‘소멸위험지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멸위험지역은 가임 여성 인구수가 고령 인구수의 절반이 안 되는 곳을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227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89개(39%)였다. 2013년 7월 228개 시·군·구 중 75개(32.9%)에서 14개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중 전남의 소멸위험지수가 0.47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멸위험지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를 ‘20~39세 여성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시군구로 세분화하면 소멸위험지구는 2013년 75개(32.9%)에서 올해 89개(39%)로 늘었다. 강원도 철원군(0.48), 부산 중구, 경북 경주·김천시(0.49)가 올해 소멸 위험지구로 새로 편입됐다. 경남 사천시(0.507)와 전북 완주군(0.509)도 연내에 소멸위험지구로 편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골목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골목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이 가운데 기자가 이날 찾은 강원도 철원군 대마1리 마을 거리는 적막하다 못해 황량하다시피 했다. 이곳의 전체 주민등록 인구는 257명(12월 기준), 그러나 보행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을 기다리니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이 골목어귀에서 드문드문 보였다. 지팡이를 밀며 힘겹게 거리를 걷고 있던 한 노인은 “마을에 노인들이 많은데,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 집 밖으로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마을회관에서도, 경로당에서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주민 김문희(66, 여)씨는 “마을에는 70세~80세의 노인들이 많다”면서 “외부에서 일부러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 박경엄(60, 남)씨는 “아직까진 인심도 후하고 먹고 사는 데는 큰 걱정이 없는데,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 걱정”이라며 씁쓸해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경로당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경로당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18.10.5

마을에는 가게나 병원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가게·병원을 가기 위해선 차를 타고 인근 철원읍내까지 약 20분정도 이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2형제를 도시로 내보낸 채 홀로 살고 있다는 김꽃분(가명, 80세, 여)씨는 “몸이 불편해서 읍내까지 나가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요샌 밥 먹을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다.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노인들이 대다수인 마을에선 빈집은 골칫덩이가 된다. 이곳 마을에도 방치돼 다 쓰러져 가는 빈집이 여러 채 있었다. 내부를 들어가보니 침대와 TV, 집기류 등 잡동사니가 곰팡이와 뒤엉켜 있었다. 빈집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박영겁(70, 남)씨는 “원래는 모자가 살았다. 6년 정도 빈 것 같다”며 “엄마가 죽자 아들이 바로 서울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 노인이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골목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 노인이 4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1리 마을 골목을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한편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경상북도와 의성군은 ‘이웃사촌 시범마을’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구축, 본격 착수했고, 충청남도는 이동빨래차를 운영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집배원을 활용한 독거노인 안부 확인 등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지방소멸을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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