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노년유니온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장례식을 거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인 99명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다.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40만명은 제외된다. 소득 60%, 70%인 사람도 기초연금을 받는데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기초연금 액수는 25만원이다. 지난달부터 5만원이 인상됐다. ‘하위 20%’ 계층에겐 내년부터 3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고 문재인 정권 말기에는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 3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20만원일 때도 25만원일 때도 기초생활 수급권자 40만명에게는 사실상 기초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50만원의 생계비를 받는 수급권자가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통장으로 기초연금을 입금 받는다. 하지만 다음 달 똑같은 액수를 생계비에서 삭감 당한다. 그래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 한다. 수급권자는 기초연금을 쓸 수 있는 돈인 것으로 생각하고 신청한다. 그러나 다음 달에 통장에서 수급비가 삭감돼 나오는 걸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기초연금을 지급했다가 되가져 가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가 생계급여를 지급했는데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건 이중지원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1999년 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에 참여한 교수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복지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충성의 원리’를 들어 수급권자에게 기초연금 지급을 반대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리는 생계비에 미달하는 액수만 채워준다는 개념이다. 

현재 1인 가구 생계급여 최대 액수는 50만원이다. 어떤 사람의 ‘소득인정액’이 30만원이라면 20만원을 지원하는 게 기초생활보장법의 원리다. 어떤 경우에도 수급권자 손에 들어오는 돈이 50만원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기초연금으로 20만원을 받든 30만원을 받든 새로운 소득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50만원에서 같은 액수를 삭감시켜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수급권자에게 기초연금 수급권을 박탈하는 논리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여기에는 사람의 삶과 고통을 외면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계수급비 50만원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간다운 생활은커녕 생계만 간신히 해결하는 수준이다. 한 달에 50만원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인들의 말은 다르다. 연금공단에서 밝힌 1인당 노후 최저생활비가 월 100만원이다. 

필자가 아는 70대 노인은 과일이 먹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여유가 없어 과일가게 앞을 지날 때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입원한 90대 노모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 의사 말이 몸이 허약해졌으니 소고기를 사드시라고 해서 “우리 집은 가난해서 소고기를 사먹을 수 없다”고 하니까 의사도 간호사도 웃더란다. 집에 와서 어머니가 잠든 뒤 이불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수급권자의 주거 상태는 대부분 열악하다. 쪽방에 사는 분들도 많다. 주거급여를 받고 있지만 많은 경우 실제 주거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처럼 곤궁한 삶을 사는 수급권자들인데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것은 현실에 눈감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왜 모른 체 하는지 답해야 한다. 유권자는 공약을 왜 했으며 왜 약속을 안 지키는지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공약을 저버리는 것은 정체성을 저버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제라도 공약 이행에 나서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눈물 나게 만드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정부에게 부탁한다. 예산 문제로 고민이 없을 수 없겠지만 민주당 공약 사항이라는 점을 생각해서라도 노인들 연금권을 보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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