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제15차 주교 시노드 개막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교황청 홈피)
3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제15차 주교 시노드 개막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교황청 홈피)

15차 주교시노드 개막미사에서
“따뜻이 환영해달라” 직접 소개
3~28일 청년 신앙 주제로 진행
아동성추문 해법·대책 논의할 듯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회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3일(현지시간) 개막했다.

교황청, ANSA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제15차 주교시노드 정기총회’ 개막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에 처음으로 참석한 중국 주교들을 환영했다.

교황은 수만명의 일반 신자들 앞에서 2명의 중국 주교를 직접 소개하며 “(주교시노드에) 중국 본토에서 온 2명의 주교가 함께했다. 그들을 따뜻이 환영해달라”고 밝혀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중국 주교는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한 걸음을 더 다가섰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며 눈길을 끌었다. 1951년 단절된 양국의 외교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교황청은 지난달 중국과 주교 임명권 합의서에 서명한 이후 중국 주교를 사상 처음으로 주교시노드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했다. 궈진차이 청더교구 주교와 양샤오팅 시안교구 주교가 그 주인공이다. 궈 주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천주교주교단 비서장을 지냈으며, 양 주교는 산시인민대표대회 상임위 종교분야 부주임을 맡고 있다.

이번 주교시노드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전 세계에서 모인 주교 250여명과 가톨릭교회 안팎의 청소년 전문가들, 청년 대표단 등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주교시노드는 지역교회의 사목자인 세계의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교황에게 자문할 목적으로 소집되는 회합이다. 정기총회는 3년 주기로 열리며, 필요에 따라 임시총회와 특별총회도 열린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가정’을 주제로 각각 임시총회와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교황이 직접 대의원으로 임명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표인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 정순택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가 함께했다. 또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의 권미나 수녀도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 초청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개막 미사에 참석한 양샤오팅 시안교구 주교와 궈진차이 청더교구 주교. (출처: 뉴시스)
개막 미사에 참석한 양샤오팅 시안교구 주교와 궈진차이 청더교구 주교. (출처: 뉴시스)

제15차 주교시노드는 청년 문제를 집중 다룰 예정이지만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십년간 조직적으로 은폐돼온 성직자들의 ‘아동성추문’ 때문에 교황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톨릭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은폐 의혹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가톨릭교회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CNN이 지난달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황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8%에 그쳤다.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 교황의 지지율도 18개월 전 83%에서 63%로, 무려 20%포인트나 빠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AP통신도 최근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발표한 교황 관련 조사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가톨릭 신자 중 약 70%는 교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호적으로 평가한 반면 교황이 성직자에 의한 아동성학대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은 전체의 약 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성추문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외쳐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행보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교황은 주교시노드 개막 미사에서 성추문 파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주교들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노출된 불확실함과 배제, 폭력의 상황을 되돌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의 자문역할을 하는 주교시노드 주교들이 청년 문제와 아울러 성추문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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