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관람하는 작가 및 관람객ⓒ천지일보 2018.9.29
전시를 관람하는 작가 및 관람객ⓒ천지일보 2018.9.29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展

젊은 작가 작품 121점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젊은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의 미래입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최근 열린 서예박물관 ACCalliFe 2018 한국 서예의 미래 ‘청춘의 농담濃淡’ 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올해 원광대 서예학과가 폐과됨에 따라, 서예의 길을 가는 젊은 작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이었다. 또 기대감이었다.

고 사장은 “서예는 누가 하는가, 앞서가는 선배가 있고 새로 시작하는 후배들이 있다. 우리는 전쟁터의 한 진영 안에 함께 있다”라며 “우리는 서예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함께 할 아군”이라고 말했다.

전시된 한 작품 ⓒ천지일보 2018.9.29
전시된 한 작품 ⓒ천지일보 2018.9.29

이와 관련, 예술의전당과 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대표 권인호, 강대희, 김영기, 윤점용)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20~40대 청년작가 49인의 서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담긴 작품 121점이 공개됐다. 10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다른 서예 전시와 달리 50대 미만의 젊은 서예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전시는 서예전공 학과가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서예 부흥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뜻도 담겼다.

올해 원광대 서예학과가 폐과되면서 전국에는 서예를 다루는 학과가 거의 없다. 경기대 미술대학에 한국화․서예 전공 등에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199개의 서예학과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서예에 대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서예를 익히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 서예 기획전시에 출품한 작가는 40대 이상, 혹은 80대의 연령대다.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서예가 고루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크다보니 다른 계통의 예술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전시는 ‘한국 서예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부제 아래 청년작가들이 걸어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시에서 작품을 출품한 작가도 지금보다 나은 서예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작가는 “현재 서예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러한 어려운 때일수록 젊은 작가들이 시련을 함께 이겨나간다면 서예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지는 때가 올 것”이라며 “서예는 단순히 글을 적는 게 아니라 여러 생각을 담아내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천지일보 2018.9.29ⓒ천지일보 2018.9.29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천지일보 2018.9.29ⓒ천지일보 2018.9.29

또 다른 작가는 “현재 서예를 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조금이나마 한자를 접해본 사람들”이라며 “일반 대중이 서예를 이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작품을 펼치는 게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까. 전시에서는 전통 서예와 수묵의 다양한 형태와 변형의 갈래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이미 가독성과 형상을 넘어 버린 작품들도 공개됐다.

고 사장은 “예술에서 장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서예와 그래피티(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가 만나고 동양화와 서양화가 뒤섞이는 것은 이미 예비 돼 있던 현실”이라며 “우리 서예가 전통과 관습으로 보호받는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세계의 힘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싣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된 한 작품 ⓒ천지일보 2018.9.29
전시된 한 작품 ⓒ천지일보 2018.9.29

 앞서 지난 2월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학술포럼’에 참여한 서예가들도 우리나라 서예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권창륜 서예가는 “식민지 서구화 광풍에서 우리나라의 서예 위상은 여지없이 추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예가 미술이 아니다’라는 서구제국주의 잣대가 한국에서 서예를 퇴출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기일수록 동아시아 미래 역사로서 다시 서예를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 공동대표인 김영기 서예가도 “서예학과가 사라진 것은 서예의 가치를 깨닫지 못해서 온 결과”라며 “학교에서부터 우리 역사와 인성교육의 뿌리인 서예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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