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이른바 ‘화해치유재단’ 해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들의 반대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고사할 수밖에 없다 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관련 합의가 문제 있다 하면서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큰 사고를 쳐놔서 원상회복이 쉽지 않은 문제이긴 했지만 인권문제, 역사문제에서만큼은 물러섬이 있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화해치유재단 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회동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이른바 ‘위안부 합의’라는 걸 했는데 합의내용을 공개조차 하지 않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피해당사자를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인권과 명예를 짓밟는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물론 배상 방안도 없었다. 

일본 정부로부터 10억엔을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만든다는 내용까지 포함된 탓에 피해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합의 내용이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이며 사회적 정의에 어긋났다. 돈 100억원으로 면피를 하려고 하는 속내가 뻔히 보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물론 한국 국민 모두가 분노했다. 

주권을 스스로 갖다 바치는 행동을 한 것인데 마치 대단한 협상이나 한 것처럼 ‘불가역적 합의’라 했다. ‘사죄의 불가역성’이라는 문구를 한국 측이 먼저 주장했는데 최종 합의안에서는 ‘불가역적 해결 확인’이라는 문구로 돌변했다 하니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역사의식, 인권의식이 부재하고 퇴행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촛불항쟁의 정신을 계승한 정부가 탄생했다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바로 잘못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합의’를 폐기했어야 했다. 일본 측이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느라고 반인권적, 굴욕적인 합의안을 존속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 와서 ‘위안부 합의’ 파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 실망감이 크다.  

문 대통령이 아베와 회담에서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언급한 것은 일본과 사전조율 또는 묵인 속에서 이루어진 발언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본 측 입장에서 볼 때 합의를 파기하자고 할까봐 걱정이지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우리 돈 100억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라고 한다. 합의 파기라는 핵심을 내주고 곁다리 격인 화해치유재단을 가지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협상의 출구를 찾고자 하는 데서 오는 궁색함이다. 

남한과 일본의 성노예 피해자 문제 협상에서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건 북한과 일본의 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권과 자주권의 관점에서 그리고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성노예 피해 협상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만 이북과 일본의 협상도 제대로 될 수 있다. 대통령이 합의를 파기하지도 않고 재협상 요구도 않겠다고 말한 건 큰 실책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제라도 합의 파기라는 정도의 길을 가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 모든 단추가 잘못 채워진다. 

앞으로 ‘위안부’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위안부는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쓰는 ‘종군 위안부’의 줄임말인데 종군기자라는 말에서 느낌이 오듯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일본이 협상에서 ‘성 노예’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밀어붙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유엔에서는 위안부라 쓰지 않고 성노예 피해자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당사국인 한국에서 그것도 대통령 또는 외교부, 국회에서 위안부 합의라는 말을 쓰고 법률에도 ‘위안부’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고 지금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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