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멀쩡한 이를 뽑아 병역면제를 받았던 인기 연예인 MC몽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더구나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해명했던 내용이 거짓말로 드러났고, 그 결과 경찰로부터 불구속 입건됨에 따라서 대중의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기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 내지는 불법에 의한 병역 면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훼손하면서까지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더 크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욕심(慾心)이다. 순리를 따르지 않고 무엇인가를 탐내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군대 복무는 순리라고 할 수 있다. 순리를 거스르면서 돈과 명성을 쫓으려고 했으니 제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

둘째, 특권의식이다. 일부 연예인들은 스스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를 원하고,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살지만 한편으론 대중으로부터 대접받기를 원한다. 실제로 자신에게 향하는 갈채와 환호성을 경험하다 보면 특권의식이 자연스레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좋은 좌석에 앉아야 하며, 식당에서도 공짜 음식을 대접받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자신의 인기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아도 된다는 못된 생각이 고개를 든다.

셋째, 왜곡된 인지다. 진실을 보지 못하는 비뚤어진 생각을 말한다. 여기에는 군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한몫 한다. 예컨대 군대 갔다 오면 머리가 굳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예능 감각이 둔화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군대를 갔다 온 수많은 스타 연예인들이 예전의 인기를 구가하거나 또는 더 큰 인기를 누리는 현실을 보지 않는가. 한마디로 큰 착각이다.

나의 재능을 사람들에게 계속 보여주기 위해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했을 수도 있다. 만일 그것이 더 큰 사회적 책무요, 나의 소임이라고까지 생각했다면 거의 과대망상 수준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편견에 의해서 세상을 바라보긴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미필 인기 연예인들은 올바른 사고방식을 함양하기를 바란다. 팬들과 국민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본인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내가 자긍심을 갖고서 계속적인 연예인 활동을 하는 것의 필요충분조건이 군 복무 완수라는 점이다.

넷째, 즉각적인 욕구 충족의 심리다. 인간은 누구나 다 원하는 즐거움 또는 이익이 있다. 친구들과 놀고 싶거나 당장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시절이 젊은 20대의 특징이다. 그러나 눈앞의 즐거움이나 이득에 현혹되어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보거나 후회를 하기 십상이다.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때로는 미루거나 또는 포기해야 미래의 더 큰 과실을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

배탈 난 사람이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단맛을 포기하지 못해서 한 입 베어 먹은 다음에 배앓이가 심해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고 보니 필자의 정신과 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욕심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경우도 많고, 특권의식보다는 피해의식 내지는 자기비하 의식이 더 많으며, 왜곡된 인지가 있을지언정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며,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아예 하려고 들지 않기도 하니 도대체 누가 환자이고 정상인인가.

아니면 필자가 진료하는 환자들은 정신과 환자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단 말인가. 양심이 너무 많아서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환자가 되고, 양심이 너무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버젓이 행세하고 다니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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