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호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산림자원정보과 과장
산림자원조사의 부침(浮沈) 그리고 변화의 바람(1982년~2005년)

1964년 6월 UN한국산림조사사업기구 발족
1969년 1월 임업시험장 산하 산림자원조사소
1972년 6월 산림청 산림자원조사연구소로 독립
1981년 임업시험장 자원조사부

산림자원조사는 1964년 태동해 수차례 조직 개편을 겪는다. 이 와중에도 초창기부터 산림조사과와 토양조사과는 직원이 50여 명에 달했고, 산림조사의 양 축을 형성하며 동반자의 길을 걸었다.

조직은 시류의 파도를 타고 잦은 변화가 있었지만 산림조사과와 토양조사과의 인력과 조직은 그대로 유지돼 비교적 체계적인 조사사업을 수행해 오다가 1987년 토양조사과는 육림부 산림토양과와 통합하면서 차츰 여러 부서로 흩어지게 된다.

산림조사과도 1990년대 중반부터 점진적으로 축소됐지만 현재까지 산림자원정보과(직원 10명)의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산지이용 구분조사(1982년~1985년)

산림조사 인력은 제2차 조사를 마치고 4년간 산지이용구분조사에 투입된다. 우리나라 산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계획적인 산지이용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다. 산지의 임황(지형, 경사도 등)과 임상을 고려해 전국 산림을 생산임지와 보전임지, 준보전임지로 구분했다. 이때 작성된 산지이용구분도(1/2만 5000)는 현재 대축척(1/5000) 산림이 용구분도의 바탕이 됐다.
           

▲ 고정표본점 표식 라벨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제3차 전국산림자원조사(1986년~1992년)
산림조사 기술이 어느 정도 체계화된 제3차 조사에서 새로운 산림조사가 시도된다. 고정표본점(Permanent sample plot)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재측정한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 국제적 산림조사의 기본개념인 모니터링조사를 이미 도입한 것이다. 전국 산림에 1km x 1km 간격의 격자점을 배치하고 산림에 위치한 격자점 중 매 10번째 격자점을 선정하는 계통추출방법으로 약 3500개의 고정표본점을 배치했다.

표본점 구조는 0.05ha 크기의 원형표본점 4개로 구성된 집락표본점(Cluster plot)으로서, 중앙에 위치한 고정표본점을 기준으로 북․동․남 방향 50m 지점에 3개의 임시표본점이 있다. 표본점의 중앙에 알루미늄 지주를 설치하고 원형표지판을 주변의 3개 나무에 못질하여 차기 조사 시 찾기 쉽도록 위치를 표시했다.

물론 당시에는 항공사진과 지형도에 의존해 아날로그식 방식으로 위치를 선정하고 표시하다보니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지리정보시스템(GIS)과 GPS(지구위치 정보시스템)의 신기술 개발에 힘입어 제5차 조사에서 비로소 실현되기에 이른다.

활엽수자원조사(1993년~1995년)
1990년대 초 국제적으로 산림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활엽수 자원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제기됨에 따라 활엽수 자원조사가 별도로 시행됐다.

도(道)를 기본계획구로 하여 총 1620개의 표준지를 배치하고, 1993년 전남·경남·제주도, 1994년 충남·전북·경북, 1995년 경기·강원·충북 지역을 순차적으로 조사했다. 우리나라 주요 활엽수 자원의 분포 및 입지 환경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4차 전국산림자원조사(1996년~2005년)
산림자원조사의 역사상 가장 불안전한 시대이다. 1980년대 초 정부조직의 축소개편 정책 추진이라는 명분에 따라 산림자원조사소가 해체되고, 1990년대 들어 다시금 산림조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력과 예산이 대폭 감축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부득이 최소한의 표본점을 조사하는 매우 불완전한 산림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산림자원통계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제3차 조사에서 설치하였던 표본점 중 약 3분의 1정도(1350plot)만 조사했다. 궁여지책으로 III~IV영급의 표본점을 위주로 선정하고, I~II영급에 대해서는 경급별로 표준목을 선정해 5년간 생장량(656plot)만 측정하였다. 전례 없는 생장량 표본점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 2001년 조사체계 개선을 위한 연찬회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새로운 변화의 바람

1960년대부터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산림조사 기반을 구축하고, 제3차 조사부터 고정표본점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개념을 과감히 도입한 것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당시 선배님들의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제4차 조사는 산림조사 역사상 최악의 쇠퇴기였다. 바로 눈앞에 다가올 정보화 시대를 예견치 못하고 산림자원정보의 산파 역할을 하는 국가산림자원조사의 두 손을 묶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제4차 조사가 끝나갈 무렵 이미 외부로부터 산림자원조사의 변화의 바람은 서서히 일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SFM)이라는 임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지구환경보전이 이슈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이행 평가를 위해 다양한 산림통계가 필요하게 됐다. 국가산림자원조사의 역할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산림자원조사 분야 일각에서 이러한 국제적 동향을 인지하고 우리나라 산림자원조사의 재정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산림자원조사 체계 개편 연구가 산림청 용역연구로 수행됐고(2002년~2005년), 연구 결과는 제5차 국가산림자원조사 체계의 근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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