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를 나란히 소환했고 대질신문을 통해 ‘킹크랩 시연회’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대질신문에 동의한 만큼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를 나란히 소환했고 대질신문을 통해 ‘킹크랩 시연회’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대질신문에 동의한 만큼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 2018.8.9

최대 쟁점 ‘킹크랩’ 시연회

양쪽 모두 진술 허점 있어

확실한 물증 없이 정황만

영장심사 치열한 공방예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특검팀이 무리수를 던진 것인지, 아니면 혐의 입증에 확신을 가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특검팀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일당의 댓글 작업을 승인하며 사실상 공모했다는 의심이다.

특히 특검팀 수사 기간 내내 최대 쟁점이던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 특검팀은 김 지사가 해당 시연회에 참석해 킹크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인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산채)를 방문해 킹크랩의 시연을 본 뒤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댓글 조작 행위를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검팀이 이 같은 의혹을 확신하는 근거 중 하나는 ‘20161109온라인정보보고.docx’라는 문건의 존재다. 드루킹이 특검팀에 제출한 이 문건은 그 이름처럼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당일에 작성됐다. 드루킹은 킹크랩 시연 전에 이 파일을 김 지사 앞에서 브리핑했다고 주장한다.

김 지사도 당시 산채에서 드루킹을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을 만난 일과 그 자리에서 해당 문건을 본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경공모 조직에 대한 설명과 ‘경제도사람이먼저다(경인선)’의 소개를 보았을 뿐 킹크랩과 관련해선 일체 본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해당 문건을 봤지만 킹크랩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는 김 지사의 주장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러한 부분을 김 지사 측 논리의 허점으로 보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특검팀이 영장을 청구한 또 하나의 근거는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했을 당시 옆에서 킹크랩을 직접 시연했다고 주장하던 ‘서유기’ 박모씨의 진술이다. 서유기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시연회 당시 상황을 상세하면서도 한결같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도 서유기가 산채 방문 당시 옆에서 보조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드루킹은 지난 9일 대질신문에서 ‘둘리’ 우모씨와 김 지사 셋이 남은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유기가 김 지사의 방문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한다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순간인 킹크랩 시연에 관한 진술이 드루킹과 미묘하게 다른 만큼, 이들 주장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또 이 진술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던 드루킹의 당초 주장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드루킹은 지난 5월 옥중편지에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은 김 지사 쪽에서 먼저 제시했다’고 적었다. 특검팀도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드루킹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 적시했다.

드루킹은 또한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모씨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을 청탁했다고 진술했는데, 2016년 6월 7일 작성한 문건에는 김 지사에게 했다고 적혀 있었다.

특검팀이 이 문건을 갖고 추궁하자 드루킹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폐쇄회로(CC)TV같은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드루킹의 진술이 흔들리는 부분은 특검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

다만 김 지사도 진술을 일부 번복한 사실이 있다. 기존엔 드루킹 일당에게 공직을 제안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드루킹과 대질신문에서는 “센다이 총영사직을 추천했을 수는 있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결국 양쪽 모두 진술에 허점이 보이면서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어느 하나 분명한 물증 없이 정황들만 남은 채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펼쳐지게 된 만큼 양측은 사활을 걸고 심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운명을 가를 영장실질심사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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