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즉각 대응 어려워
취약자·여성 편의시설 미흡
전문가 “체계적 대책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해수욕장이 국민 휴양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으나 상당수 해수욕장은 여전히 안전요원, 동력 구조장비, 감시탑, 물놀이구역 부표 등이 없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실태를 조사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국 해수욕장 20곳에 대해 안전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20곳 중 4곳(비지정 해수욕장)에는 안전요원과 동력 구조장비가 모두 없었다. 조사대상 중 8곳(지정 4곳, 비지정 4곳)에는 감시탑이 설치돼 있지 않아 안전요원의 넓은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또 5곳(지정 1곳, 비지정 4곳)에는 물놀이구역 부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자가 깊은 수역으로 제한 없이 나아갈 수 있는 등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됐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정 해수욕장은 안전요원 배치, 동력 구조장비 구비, 감시탑 설치, 물놀이구역 부표 설치 등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해수욕장 물놀이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동력 구조장비를 구비해야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지정되지 않은 해수욕장(비지정 해수욕장)의 경우 별다른 안전기준도 존재하지 않았다.
취약자나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흡한 해수욕장도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정 해수욕장에는 탈의시설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의 설치기준에 따르면 화장실·샤워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대상 20곳 중 5곳(지정 2곳, 비지정 3곳)에는 탈의시설이, 2곳(비지정)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모두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됐다.
특히 화장실이 설치된 18곳 중 4곳(지정)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취약자가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5곳(지정 4곳, 비지정 1곳)의 여성 화장실에는 성범죄 등 응급상황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해수욕장 안전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해수욕장은 어린 학생, 청년 등 구분 없이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라며 “그렇기에 지자체와 국가가 제대로 관리해야 할 해수욕장이 안전이 뚫리고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안전기조가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부터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가 있는 부분이 점검이 안 되고 방치되고 있었다는 것이 심각한 사실”이라며 “지적이 나올 때만 ‘반짝’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마땅히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에 이런 점검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언제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정부와 지자체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부처에 ▲해수욕장 안전관리 강화 ▲비지정 해수욕장 안전기준 마련 ▲해수욕장 편의시설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