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전기요금은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가정용 등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2015년 기준으로 가정용은 전체 사용량의 13.6%를 차지할 뿐인데 유일하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500개가 넘는다. 민심의 폭발이다. 누진제는 가족 수가 많은 저소득층에 더욱 치명적이다. 가족 수도 소득액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여름 사상 최대의 폭염이 찾아오고 긴 열대야가 계속되자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는 버티고 버티다가 여론에 못 이겨 선심 쓰는 척하면서 누진제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해 12월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8월부터 소급적용하는 걸로 결정했다. 

2016년 변화된 전기요금 제도는 누진제 폐지 여론의 흐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한전 등 정부 당국의 입장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다. 이전에 비해 누진제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누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6단계를 3단계로 바꾸고 누진배율(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의 누진율 차이)은 11.7배에서 6배로 줄였지만 여전히 가파른 누진구조다.

그동안 산업용엔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혜택을 부여하면서 가정용엔 강력한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경제 제일주의, 기업 제일주의, 성장 우선주의가 작동된 결과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일관되게 작동되는 경제논리가 주거시설에도 적용됐다. 

누진제가 처음 도입될 때 밝힌 입법 목적은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자원을 아낀다는 거였다. 현재 저소득층은 전기요금 무서워 에어컨을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에어컨이 있는 경우에도 누진제 때문에 켜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누진제 폐지를 가장 바라고 있다. 누진제가 있다고 해서 재산가나 고소득층이 에어컨을 적게 켜는 것도 아니다. 누진제로 인해 저소득층과 서민만 폭염과 혹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정부 측 인사들은 이런 저런 말을 흘리고 있다. 여러 가지 방안을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거다. “내가 정할 테니 여러분은 기다려 보라”고 말한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면 함께 논의하는 광장을 열거나 가장 절박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바로 바로 응답해야 한다. 지금 대다수 시민들은 누진제의 완전한 폐지를 원한다. 현재의 제도를 일부 변형하는 데 머물러서는 서민들은 여전히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다. 

정치권에는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해서 폭염이 찾아 올 때만 특별히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제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폭염과 혹한 때만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일부는 현재의 누진제를 조금 완화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이들 방안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임시방편으로 느낄 것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법안들이 등장했다. 2년 전 여름 누진제가 한참 쟁점이 될 때 일부 의원들이 폭염 대처 법안을 내어 놓기도 했지만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며칠 전 조경태 의원이 주목할 만한 법안을 내어 놓았다. 누진제 완전 폐지다. 국회는 즉시 논의하기 바란다. 

그동안 누진제로 많은 국민들이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다. 이제 누진제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누진제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오랫동안 저렴하게 운영된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일부 올리더라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저렴하게 해야 한다. 극빈층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모든 정치세력이 민생을 말한다. 대놓고 ‘우리는 민생을 외면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실제로는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세력이 많다. 민생이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다. 국민 대중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민생이다. 

지금 국민들은 폭염에서 해방되길 원한다. 누진제로 인해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누진제를 과감히 폐지해 민생의 부름에 응답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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