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목판인쇄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학계의 인정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명명되겠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쇄술의 역사를 138년이나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직지 자체도 서양의 구텐베르크가 제작한 ‘42행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서 동양 인쇄술과 문화의 우수성을 선보였는데 이보다 한참 앞선 증도가자가 학계의 인정을 받게 되면 인쇄술 역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의 기록에 따르면 증도가자는 1239년 당시 무신정보 제1인자였던 최이가 각공을 시켜 전해지지 않는 금속활자판 ‘증도가’를 목판으로 복각해 찍어낸 것으로 이는 목판본 ‘증도가’보다 앞서 금속활자본 ‘증도가’가 제작 유통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증도가자가 인정만 받는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인류문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나라로 인정받는 것이자, 뛰어난 창의력과 정신문화를 지닌 나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비단 이번 증도가자뿐만이 아니다. 대대로 내려온 우리네 민족의 삶과 문화가 세계인의 인정을 받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만 해도 세계유산 10개, 인류무형문화유산 8개, 세계기록유산 7개로 모두 25개다. 올해만 해도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등재돼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이뿐 아니다. 일제에 의해 때로는 서양 강국에 의해 빼앗겼던 우리네 문화도 비록 작은 걸음이지만 되찾게 됐다. 일본 궁내청에 소장 중이던 조선왕실의궤를 반환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며, 높고 뛰어난 문화는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정신문명의 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대한민국 국민 스스로가 우리 문화의 뛰어남과 우수함을 깨닫고 이를 보존하고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문화의 방관자로 있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문화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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