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관사. ⓒ천지일보 2018.7.16
경남도관사. ⓒ천지일보 2018.7.16

도 “예상 못한 지출  풀예산으로 집행”

전문가 “풀예산, 없어진 지 오래된 개념”

“의회 심의 안 받은 지출은 회계부정”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남도가 김경수 경남지사 관사 보수비로 예산에 없던  풀예산을 배정해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본지는 김경수 경남지사 관사 보수비용으로 경남도가 도합 14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추가 확인과정에서 해당 비용이 추경예산에 배정되지 않은 풀예산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풀예산이라는 용어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라며 경남도의 ‘회계부정’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경남도 관계자는 본지에 “김경수 지사 관사 보수비용으로 총 1400만원을 썼다”면서 “풀예산으로 수도관 배관공사 400만원, 도배와 조명교체 등 10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에는 예상을 못해 추경예산 편성을 안했으나, 김경수 지사의 입주로 관사를 손 봐야 해서 예산실에 요청해 풀예산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면서 “도정에는 예상치 못한 예산이 발생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풀예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예산은 어떤 일에 사용할지 정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만 갑자기 생긴 일이라든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풀예산”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4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도청 브리핑룸에서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4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도청 브리핑룸에서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4

그러나 경남도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 소장(광주전남지역 재정전문가)은 “풀예산이라는 용어는 사라진지 오래”라며 “해당 공무원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지사가 오면 관사를 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땅히 지난해 예산을 배정해 놨어야 한다”며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자체가 문제며 해당 부서의 무능”이라고 질타했다.

이 소장은 또 “모든 예산은 의회 사전심의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추경에 배정하지 않고 의회 사전심의 없이 풀예산을 갖다 썼다는 것은 몇십년 전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일규 전 공공정책감시단 사무국장은 “원칙적으로는 예산편성을 하지 않고 지출한 것은 ‘회계부정 행위’”라면서 “추경심사를 받지 않고 관사 보수비를 지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풀예산 사용 부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 풀예산 명칭 자체가 중앙정부에 의해 없어진 예산용어”라며 이는 “풀예산으로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관사는 공유재산이다. 공유재산의 유지보수·수선을 예상하지 못해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았다면 담당 부서의 무능함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청 답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경남도청 답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지역인사 발탁하는데 관사 지원?”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7일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있는 부지면적 1573평, 건물 62평의 관사에 입주했다.

김 지사가 사용하는 용호동 관사는 2018년 기준 공시지가 45억 4800만원이다. 김태호 전 지사 당시 사용하던 관사(경남도민의집)가 호화논란이 있어 바로 옆에 재작년에 또다시 관사를 지은 것이다. 사림동에 있는 통합관사(구 행정부지사 관사)의 공시지가는 13억 4900만원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관사 입주에 대해 “재난과 재해가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며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도 관계자 역시 긴급 재난상황 때문에 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선출직 공무원을 지원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중앙부처에서 법령을 정해서 폐지하던지 해야 한다”면서 “조례에 근거한 관사 지원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상석 소장은 “김 지사 현재 살고 있는 김해에서 경남도청까지 비상등 켜고 가면 30분이면 갈수 있다”면서 관사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또 “과거에는 서울에서 도지사가 내려오면 관사가 필요했지만, 지방자치제가 된 이후에는 관사가 필요 없다”면서 “김 지사도 김해에서 출퇴근을 하던지 자비로 관사 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남도도 도지사 관사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다”면서 “경남도가 구태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도민 혈세로 관사는 물론 관사 보수비까지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도민은 불만을 제기했다.

도민 최모(40대, 여)씨는 도지사의 관사 지원에 대해 “도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이면 국민의 세금으로 얼마나 지원해줘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