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에서는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에서는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6

 

샤갈과 그의 가족 기증한

150여점의 작품 공개

개막 3주 차 4만명 돌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이어폰을 나눠 낀 한 연인이 지긋이 그림을 감상한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귓속말로 속닥이며 웃는다. 이들이 보고 있는 그림은 연인을 주제로 한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 중 하나인 ‘연인들(1937)’이다. 붉고 흰 꽃다발 중앙에 한쌍의 연인이 앉아 있고, 위쪽 오른편에는 큐피드(혹은 천사)가 꽃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그림의 오른편 아래에는 마을의 집들, 염소 한 마리, 바이올린은 들고 있는 수탉이 서 있다. 비현실적인 이 장면은 아내 벨라와 자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생물학적인 상징들을 섞어 놓은 그림이다. ‘연인들’은 실재와 허구 사이의 경계에 걸쳐 있는 작품으로 샤갈의 친밀한 감정들이 담겨 있다. 그림을 본 김선미(25, 여)씨는 “아름다운 색으로 그려진 작품을 통해 벨라를 향한 샤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샤갈의 ‘연인들(1937)’.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샤갈의 ‘연인들(1937)’.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사랑과 인생을 담은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이 개막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답게 전시는 개막 후 보름 만에 유료 관람객 3만명을 돌파했다. 이 전시는 다양한 유대인 문화 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컬렉션전으로 샤갈과 그의 딸 이다(Ida)가 직접 기증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마르크 샤갈은 20세기의 그 누구보다 다양한 테마를 다루었던 거장이다. 그는 미술 분야인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모자이크, 테피스트리, 무대디자인을 비롯해 문학 분야인 저술과 시작(詩作)에도 상당한 수준을 보였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샤갈의 북 일러스트레이션(삽화)에 초점을 맞춰 그의 미술과 문학, 언어, 콘텐츠 간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샤갈의 ‘비테프스크위에서’.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샤갈의 ‘비테프스크위에서’.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국내에서 열린 다른 전시와 다른 점은 샤갈의 인생과 깊숙하게 연결된 150여점의 작품들을 통해 샤갈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의 여정을 따라가게 한다는 것이다. 전시는 샤갈의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은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당시의 기억은 평생 샤갈에게 큰 영감을 줬고, 죽는 날까지 샤갈은 고향을 그리워했다. 이와 함께 샤갈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었으니 샤갈의 영원한 뮤즈 부인 벨라다.

전시는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의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샤갈의 초상화·자화상으로 시작해 벨라의 책에 들어간 삽화로 끝난다.

‘성서(the Bible)’를 작업하던 중 시각예술에 있어서 유대인 전통의 결핍을 발견한 샤갈은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드로잉 ‘십자가에 못 박힘(Crucifixion)’에서는 유대민족의 운명을 애도하며 기독교 도상을 과감히 차용했던 샤갈의 담대함이 느껴진다. 아울러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 ‘죽은 영혼들(Dead Souls)’과 라퐁텐(Jean de La Fontaine)의 작품 ‘우화(Les Fables)’의 삽화를 위해 작업한 에칭과 판화도 선보인다.

샤갈의 ‘다윗’.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샤갈의 ‘다윗’. (제공: ㈜디커뮤니케이션)

 

특히 한국 전시에서 샤갈이 직접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12점의 작품과 6점의 멀티미디어 작품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의 유대교 회당을 위해 마르크 샤갈이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위한 작품으로 꼽힌다. 2.5m 높이의 스테인드글라스 12개로 구성된 창문은 3개씩 짝지어 4개의 벽면에 위치하고 있다. 회당의 구조가 정육면체인 덕분에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거대한 렌턴 내부에 들어간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전시에는 이를 재현해 조명을 비추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를 관람한 이수정(38, 여)씨는 “샤갈의 인생을 전시 주제에 맞게 잘 그린 것 같다”며 “새로운 시도로 제작된 작품과 이스라엘 박물관 소장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성현(42, 남, 서울 서초구)씨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서로 배려하며 봐서 좋았다”며 “판화로 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명으로 동시대 그 어떤 예술가보다 다양한 테마를 다룬 샤갈. 그의 작품은 오는 9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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