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저작권 논란이 일고 있는 21세기 찬송가. 현재 21세기 찬송가는 개역개정 성경과 합본돼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저작권 논란이 일고 있는 21세기 찬송가. 현재 21세기 찬송가는 개역개정 성경과 합본돼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3

출판권 계약한 6개 출판사, 공동부담

2심에서도 약 2000만원 배상 판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개신교계가 뜻을 모아 만든 단일 찬송가집 ‘21세기 찬송가’를 편찬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일부 찬송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부장판사 한규현)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와 출판사 6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 청구소송에서 지난 2월 2일 음저협의 손을 들어줬다.

천지일보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2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한국찬송가공회와 출판권을 계약한 6개 출판사와 공회에 공동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출판사는 ㈔두란노서원, (유)성서원, ㈜아가페출판사, (재)팀선교회, ㈜예장출판사, (재)대한기독교서회 등이다.

재판부는 “찬송가공회와 출판사들은 저작권협회가 저작자(김두완, 구두희, 전낙표, 황철익, 김경희, 허방자)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음악 저작물에 관해 저작물 이용계약을 채결하지 않은 채 저작물을 수록한 찬송가집에 관해 출판계약을 채결하고 이를 출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저작권 침해사실을 인정했다. 또 “따라서 찬송가공회와 출판사들은 공동해 법률상 원인 없이 저작권 사용료 상당액의 부당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저작권자들에게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찬송가공회는 출판사들이 출판한 찬송가집 전부에 대해, 출판사들은 자신이 출판한 부분에 한해 찬송가공회와 각 공동으로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손해배상액 청구를 인정했다.

법원은 한국찬송가공회에는 1965만 8000원과 이에 대한 2013년 11월 15일부터 2018년 2월 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올해 2월 1일 기준 2400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이 금액은 출판사들이 부담해 같은 조건으로 지급하도록 결정됐다. 각각 두란노서원 188만 8000원, 성서원 380만 5000원, 아가페출판사 491만 2500원, 팀선교회 314만 5000원, 예장출판사 506만 2500원, 대한기독교서회 84만 5000원 등이다. 출판사들이 해당 손해배상액을 지급한다면 찬송가공회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실질적으로는 없는 셈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은 추가적으로 예장출판사에는 76만 2842원, 대한기독교서회에는 12만 7328원에 대해 2013년 11월 16일부터 2016년 1월 29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음저협은 18곡에 대해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각 출판사가 연도별 평균 2곡을 무단으로 실은 것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서 눈길이 가는 내용은 저작권의 상속 부분이다. 1994년 A작곡가는 자신의 곡에 대한 이용 허락서를 찬송가공회에 작성해줬다. 이후 2008년 A작곡가가 사망하고 상속인 B씨는 이듬해인 2009년 저작권 사용료를 찬송가공회에 청구했다. 법원은 A씨가 이용 허락서를 작성하면서 사용기간, 저작권 사용료를 기재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B씨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용허락 계약을 해지했다고 판단하고 B씨의 주장을 수용했다. B씨는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만에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2016년 1심이었던 서울남부지법 민사3부(오재성 부장판사)는 음저협이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에 2억원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찬송가공회는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때 법원은 출판사 6곳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찬송가공회와 함께 배상하게 했다.

이 곡들이 실린 21세기 찬송가는 2006년 발행 확정된 개신교의 찬송가집인데, 공식 제목은 ‘찬송가’이지만 기존의 ‘통일찬송’ 등과 비교하기 위해 ‘21세기 찬송가’로 호칭한다. 전체 645장으로 기존 통일찬송가에서 162곡이 추가되고 78곡이 삭제됐다. 기존 찬송가도 상당 부분이 바뀌었다.

한국인 작곡가의 곡이 108곡 추가됐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됐던 곡들은 한국인 작곡가들의 곡이다. 중국, 포르투갈, 아프리카, 그레고리안 성가등의 외국곡도 몇곡 추가됐다. ‘113장 저 아기 잠이 들었네’ 등 외국의 유명한 곡도 추가로 삽입됐다. 기존에 복음성가로서 많이 불렸던 곡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CCM 곡들은 저작권 문제로 포함되지 않았다.

21세기 찬송가는 ▲한국인 작사·작곡가에 대한 검증 ▲수정된 가사의 적합성 ▲저작권 사용료 청구에 대한 법적 문제 ▲찬송가 표절 논란 등이 일어 2014년 다수의 교단이 한때 사용 금지를 결의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예장고신,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공식행사에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찬송가공회는 교단마다 다르게 제작돼 온 찬송가책을 하나로 합쳐 보급하기 위해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가 결의해 1981년 만든 연합기관으로, 임의단체로 운영돼 오다 2008년 4월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로 출범했다.

법인 공회는 교단의 감독권에서 벗어나 독립된 기구가 됐고, 독자적으로 권리를 행사해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만 갖고 있던 찬송가 출판권을 성서원, 아가페 등 4개 출판사에도 넘겨줬다. 이에 찬송가공회에 이사들을 파송한 주요 교단들은 법인 공회의 출판권 문제를 지적하며, 2008년 8월 비법인 공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양측은 수년간 출판권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논란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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