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학교 안 성폭력이 일파만파다. 미투가 대학에 이어 초중고 수십 곳에서 터져 나왔다. 세대에서 세대로 배움이 이어지는 곳, 같은 세대의 학생들끼리 배움을 나누는 곳이어야 할 학교에서 성차별 교육이 이루어지고 성폭력이 자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움과 성폭력,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서울북부교육청은 25일 성폭력을 저질렀거나 연루된 18명을 징계하도록 용화학원에 요구했다. 중징계, 경징계, 경고로 구별했지만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권한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사학이 차일피일 미루거나 징계의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방향을 바꾸어도 어쩔 수가 없다.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사학 내 문제를 사학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성폭력 문제까지 학교 자율에 맡기자는 게 법 제정 취지는 아닐 것이다.

지난 4월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실 창문에 미투를 지지하고 공감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에 앞서 지난 3월 용화여고 졸업생 10여명은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구성하고 성폭력 실태를 드러냈다. 이후 노원구, 도봉구 지역을 포함한 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을 만들어 연대의 목소리를 냈고 지금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쿨 미투는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차례로 교사에 의한 성차별, 성희롱 사례를 폭로했다. 미투경남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성추행 가해 교사 즉각 퇴출, 적극적인 대응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외부전문가와 학생·청소년이 참여하는 교육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경남 함양에서도 스쿨 미투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가해 교사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가해 교사들은 사과를 했지만 학교 당국은 외부 단체가 주관한 성폭력 교육 때문에 생긴 일로 치부하고 성폭력 인권 교육을 중단했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성폭력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고 성 인권교육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문제를 은폐하고자 한다고 보고 인권교육 재개와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했다. 

스쿨 미투가 터진 학교 대부분이 사립학교다. 스쿨 미투가 터진 서울 노원지역과 인근지역 4개 학교도 모두 사립학교다. 사립학교에서 성폭력이 자주 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립학교는 ‘교육 치외법권 지역’이라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청과 국민의 감시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탓이다. 권력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 제지될 시스템이 작동되기 어려운 구조다. 

국가가 사학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교육이 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학이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운영된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학법은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소유주가 전횡을 행사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사학에서 스쿨 미투가 터져 나오고 있고 사학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국회와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안심하고 공부할 권리가 있다.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을 하는 교사는 어느 누구도 교단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부모들 또한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무력감, 그에 따른 우울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 않으면 ‘문제 드러내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문제를 드러낸 학생들과 졸업생들만 마음의 병이 되고 가슴에 멍이 들 것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사학을 그대로 두는 것은 권력에 의한 성폭력과 반인권적 행동이 계속될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해 놓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쁜 토양을 바꾸지 않고 왜 나쁜 열매가 열리느냐고 한탄하거나 열매 자체를 비난해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결국에는 곪아터질 것이다. 사학법 개정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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