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1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1

금감원 재임시절, 금융사고 해결사
퇴임 후에도 사각지대 서민금융 나서

서민금융주치의 양성 사업 실시
재무상태 점검, 맞춤형 해결책 제시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달 서민금융연구원이 출범했다. 그간 은행권의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권의 보험연구원 등 각 금융권에서의 연구기관은 있었으나 서민금융 분야만은 없어 금융 취약계층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각 서민금융전문가들이 작년 초 서민금융연구포럼을 만들어 1년간 서민금융분야 주제로 수차례의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끝에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았고, 이제 서민금융분야에서도 공식 연구기관 이름으로 전문화된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금융감독원 선임국장 출신인 조성목 원장이 있다. 그는 금감원 재직시절 서민금융부문에서 많은 정책개발을 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퇴임 후에도 금융 소외계층의 문제 해결을 위해 포럼을 출범한 후 연구원 명칭허가를 받기까지 정부 관계자와 계속 만나는 등 분주하게 움직여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는 충남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해 은행감독원에서 18년 근무하고 사직서를 내고 퇴직했다. 그는 자신이 상고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 과정에서 조금은 불이익을 받는 것 같아 과감하게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그만둔 것. 그러다가 1997년 5월 유사업무를 담당하는 구 신용관리기금에서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때마침 그해 11월에 IMF가 터져 그는 3년 6개월간 100여개 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이런 과정 중에 1999년 1월 기존의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돼 출범했다. 자연스럽게 금감원 소속이 된 그는 IMF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불법사채나 유사수신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2000년 9월 관련 업무를 맡았고, 이때부터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는 이듬해인 2001년 4월 2일 우리나라 최초로 사채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고리사채업자 단속에 앞장섰고 2002년 7월 말에는 최고 이자율 제한, 불법채권추심 제한, 사채업자 금융업 등록 등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 법안을 제안해 만들었다. 그 외에도 휴면예금을 활용한 미소금융제도 제안, 한국이지론 설립, 희망홀씨·햇살론 등 각종 서민금융상품 제안 등의 활동을 벌이는 등 서민금융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공헌했다.

특히 조 원장은 대형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11년 5월 저축은행사태 발생 당시 검사국장으로 투입돼 미래 저축은행과 솔로몬 저축은행 등 29개사를 구조조정하고 상시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반장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저축은행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또 2014년 1월 KB국민카드 등 3개 카드사 정보유출사고가 터졌을 때는 여신전문검사실장으로 대체 투입돼 3개월 만에 영업 정지시키고 카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2015년에는 5대 금융악 척결대책을 총괄하면서 ‘그놈 목소리(보이스피싱 사기범 실제 음성)’를 공개해 홍보효과로 인해 연간 2000억원이 넘었던 보이스피싱 피해를 500억원대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2016년 4월 금감원을 퇴직한 조 원장은 서민금융분야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이 분야에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는 “서민금융분야는 재원 확보도 어렵고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누구도 안하려고 하는 분야다”면서 “아무도 안하기 때문에 내가 하게 된 것”이라고 공직자로 은퇴 후에도 또다시 서민금융 분야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까지 서민금융연구포럼을 출범해 전문가를 초대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서민금융 분야에 애착을 가졌다.

조 원장의 이 같은 열정으로 인해 서민금융연구원에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탄탄한 조직을 갖췄다. 현대저축은행, 한성저축은행, 제이티캐피탈, 아주캐피탈, 에이원캐피탈대부, 골든캐피탈대부 등의 서민금융기관과 NICE평가정보 등 신용정보 회사, 팝펀딩 등 P2P 업체, 사회연대은행, 희망만드는사람들, 더불어사는사람들 등 금융 관련 시민·사회단체 및 금융기관 전현직 임직원 등 140여개 기관과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한계채무자·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금융 및 재무상태를 점검해 개인별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민금융주치의를 양성하고 있다. 주치의는 금융권 채무만이 아니라 사금융 채무까지도 상담 및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정책금융뿐 아니라 회생·파산 등 개인의 채무를 종국적으로 해결되도록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5일부터 한 달간 30여명을 교육해 수료식을 가졌고 서민구제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조 원장은 “서민금융주치의가 활동을 하게 되면 금융채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무엇보다도 주치의는 불법 사금융 채무조정까지도 하게 돼 원포인트 솔루션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연구원을 확충하고 조직을 재정비해 서민금융분야의 이론적 연구와 더불어 관련 정책대안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700만 저신용자 문제 해결이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서민들이 밑바닥까지 갈 경우 암시장인 사채시장으로 가게 된다. 이는 나아가 사채로 인해 자살을 하는 등 경제문제가 사회문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서민금융지원을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이들이 사채시장을 덜 가도록 대안을 강구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도 한국은행에서 재직하던 중 사직서를 쓰고 중간에 나온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의 한수’의 판단으로 여기고 있다. 계속 근무했다면 편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돼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재 서민금융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아 해도 그는 일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민금융연구원의 활동을 통해 금융소외 취약계층인 서민들의 행복한 금융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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