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요즘 대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상생이다. 상생(相生)은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말한다. 또 중국 전국시대 추연이 주창한 오행설(五行說)에서 ‘쇠는 물을, 물은 나무를, 나무는 불을, 불은 흙을, 흙은 다시 쇠를 낳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같이 동양철학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결재서류에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 까닭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과 대·중소기업 협력정책에 있다.

기업이 살아나야 나라 경제가 발전한다고 외치던 정부가 돌연 서민을 돌아보고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와 달리 대기업들에게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을 꼬집으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니 헤비급 대기업들은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너도나도 상생경영 정책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물꼬를 먼저 튼 대기업은 빅2(삼성·현대)였다. 삼성그룹은 미소금융확대 방안에 이어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발표, 오는 10월부터 1조 원에 달하는 협력업체 지원펀드를 조성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0일 자동차산업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 구입 후 협력사에 구입가격으로 공급해 주는 ‘사급제도’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3차 협력사까지 전면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에서 원자재 비중이 가장 높은 철판을 일괄 구매·공급함으로써 가격 인상에 따른 리스크를 현대·기아차가 흡수해 협력사들에 미치는 원자재가 인상 영향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포스코그룹도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택했다. 상호신뢰(Trust), 동반성장(Together), 미래지향(Tomorrow)의 ‘3T’를 바탕으로 동반성장해 나간다는 취지로 포스코는 지난 18일 ‘포스코패밀리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개최했다.

기존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2~4차 협력 중소기업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국내 3대 통신사들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등 타기업 선수들의 출전으로 상생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정부가 보란 듯이 퍼주기에 나선 대기업일까, 아니면 대기업의 상생정책에 덕을 볼 수도 있는 협력업체들일까.

상생은 쉽게 말해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쇠는 물을, 물은 나무를 낳는 것이 우주의 이치요 조화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또한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을 채워가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얼마를 지원해주겠다, 이러한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피상적 관계가 아니라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진심으로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돌보고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상극(相剋)의 관계를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상생의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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