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서 매혹적인 집시 여인 맡아

 

“에스메랄다, 순수한 영혼이 섹시한 女”

넘버만으로도 정확한 내용 전달 원해

집시의 수장 ‘클로팽’ 역에 관심 보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신인 시절에는 집안 환경 등 모든 게 어렵고 힘들어서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페인에 가서 집시 무리에 있으려고 했어요. ‘떠나는 거야! 떠나서 플라멩코를 추며 늙어 죽자’고 외쳤었죠.”

뮤지컬 ‘위키드’ ‘아이다’ ‘서편제’ ‘마타하리’ 등 많은 작품에서 뛰어난 노래솜씨·연기력을 선보이며 톱배우의 위용을 과시하는 배우 차지연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이다. 그는 “비행기 표를 끊고 플라멩코 슈즈도 다 사놨는데 뮤지컬 ‘드림걸즈’ 오디션 연락이 왔다. 찾아주시는 것이니 오디션만 보고 떠나자고 생각했는데 공연에 참여하게 됐고, 이런저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렇게 계속 일을 하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집시를 꿈꿨던 배우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소원을 성취하게 됐다. 바로 지난 8일 개막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로 분하게 되면서다. 공연 개막에 앞서 천지일보는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배우 차지연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이 초연됐다. 차지연은 당시 에스메랄다 역 오디션에 임했으나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한번의 강산이 변한 후 드디어 에스메랄다를 연기하게 된 차지연은 “10년 동안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하게 돼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분장으로 가리기도 어려운데, 나이 서른일곱에 16세 소녀 에스메랄다를 하게 됐네요(웃음). 만약 10년 전에 에스메랄다를 했으면 지금보다 풋풋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무대 위에서나 삶의 경험이 적어서 역할에 대한 생각을 넓게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차지연이 연기하는 에스메랄다는 극 중 꼽추 ‘콰지모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사랑·집착·욕망·광기의 대상이 되는 여인으로 이야기의 갈등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동시에 세 사람의 사랑을 받지만, 자신은 이미 약혼자가 있는 페뷔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을 겪는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10년 만에 원하던 역할을 따낸 만큼 차지연은 에스메랄다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는 “에스메랄다는 섹시한 캐릭터”라며 “고혹적인 레드립으로 대변되는 섹시가 아니라, 영혼의 순수함과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섹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예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예쁜 에스메랄다 보다는 이방인의 느낌이 강한 에스메랄다를 연기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에스메랄다의 비극은 2막에서 고조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배우가 2막을 무겁게 연기했다. 하지만 차지연이 표현하는 2막의 에스메랄다는 마냥 무겁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어린 소녀라서 여리게만 생각했는데, 연출님이 그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특히 2막 연기를 너무 처연하게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10대의 당당함을 표현해 달라’라고 하셨죠. 이 조언 덕분에 인물 해석에 힌트를 얻었어요. 1막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에스메랄다만의 향기를 퍼트리려고 해요. 2막에서는 여전히 당차지만 일련의 사건 이후 성숙해지는… 어른의 느낌을 주는 에스메랄다를 표현하려 해요.”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총 51곡의 넘버로 진행되는 송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차지연은 “넘버 안에서 표현돼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노래가 왜 지금 불리는지’ ‘이 가사가 왜 나오는지’를 관객에게 다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욕심 때문에 단어와 단어 사이 호흡을 기존과 달리한다”며 “큰 차이는 없겠지만 다른 에스메랄다 역 배우들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차지연은 에스메랄다를 가장 잘 표현한 넘버로 ‘아베마리아’를 꼽았다. 이 넘버는 집시 사이에서 수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며 자란 에스메랄다가 난생처음 성당 안에서 성모마리아와 1:1의 관계로 만나는 장면에서 불리는 노래다.

“다른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만 보던 에스메랄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성모 마리아를 불러요. 처음에는 세상을 향해 기도하고 끝에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기도하는 데 이때 무언가를 깨달은 느낌이죠. 이런 에스메랄다를 표현하기 위해 ‘아베마리아’ 이 다섯 글자를 ‘아…베…마리…아’ 이렇게 끊어서 내뱉고 있어요. 마치 낯선 언어를 처음 말하게 될 때처럼요. 공연이 올라간 이후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끊어서 내뱉는 게 에스메랄다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로 캐스팅 된 배우 차지연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에스메랄다에 애정을 뿜는 차지연이지만, 그가 ‘노트르담 드 파리’ 안에서 탐내는 역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집시들의 수장이자 에스메랄다의 양아빠인 ‘클로팽’이다. 캐스팅 완료 이후 배우와 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이는 상견례 때 자신을 에스메랄다라고 소개하는 게 어색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클로팽 커버로 들어온 차지연입니다”라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클로팽을 한번은 꼭 하고 싶단다.

그는 “너무 완벽하고 탄탄한 작품을 함부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남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여배우들이 남자 역할 하고 싶다고 쉽게 용기 내기 어려운데 나는 한다. 후에 ‘노트르담 드 파리’ 콘서트를 한다면 그때는 클로팽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건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사랑의 형태, 안무 동선, 내용까지 너무 완벽해서 이 이상의 다른 게 필요 없어요. 또 지금은 계급사회가 아니지만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죠. 그래서 시대가 가진 아픔에 공감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노트르담 드 파리’가 그만큼 사랑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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