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바람직함’에 질문 던져

4년 만에 연극무대 올라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우리 시대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더 나아가 ‘바람직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바람직함에 질문을 던지는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이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 시연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문삼화 연출, 이오진 작가, 배우 김세중, 김태완, 노준영, 문승배, 승리배, 심태영, 이의령 등이 참석했다.

작품은 전교 1등으로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는 학생 ‘이레’와 학교 일진 ‘현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레와 현신은 학교 반성실에서 만난다. 이레는 남자친구인 ‘지훈’과 키스를 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성 정체성을 아웃팅 당하고 반성실에 들어왔다. 현신은 오토바이를 훔치다 사고를 내서 징계를 받게 됐다. 처음 투덕거리던 두 사람은 이레의 몰카를 찍은 범인을 밝혀내기로 합심한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난 니가 평범하게, 정상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잠깐 방황했었다고, 그렇게 쓰면 되는 거야.”

극 중 학생주임 선생님이 반성문을 쓰는 이레에게 하는 말이다. 강제로 아웃팅 당하기 전 이레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하며 교복도 단정히 입는 이른바 ‘바람직한’ ‘모범생’ 이었다. 하지만 몰카 사건 이후 이레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비정상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작품은 바람직하다는 것과 평범한 것, 모범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오진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함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가는 “처음 대본을 썼을 때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직하다는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또 “그러나 지금은 바람직하다는 기준을 누가 정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바람직하다’는 그 범주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정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 사회가 만들어내는 판타지가 ‘바람직함’ 같다”고 밝혔다.

연극에서 이레와 현신은 몰카범을 찾기 위해 합심하지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이 작가는 “누구나 자기가 겪는 고통이 제일 크게 느껴진다”며 “각자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아픔만 감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난 후 ‘이게 바람직한 것이다’라는 개념이 없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다시 극을 연출하게 된 문삼화 연출은 대본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 연출은 “30여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 때 보다 현재 학교 내에서의 체벌이 줄었다”며 “하지만 정상적인 것과 평범한 것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에게 범주 내에 있길 강요하는 것은 똑같다. 대본에 보편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그는 또 “바람직하다는 게 존재하지 않기에 타인에게 강요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왜 바람직해야 하나”라며 “극 중 바람직해야 한다는 강요 때문에 아이들이 쓰기 싫은 반성문을 억지로 쓴다. 작품을 하면서 나는 바람직하게 살지 않으려고 작정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만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배우들은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일진 ‘현신’ 역을 맡은 배우 김세중은 학생주임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머리와 엉덩이 등을 구타당한다. 김세중은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 내가 학창시절 탈선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현신이라는 친구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고민했다. 내 학창시절 중 억울하게 심한 체벌을 받았을 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하고 있는 단계다. 오늘 첫 공연 시작인데, 최대한 현신의 모습으로 이레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 공연 사진. (제공: 티위스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이레’ 역할의 배우 심태영은 동성애에 대해 “사랑이라는 게 저마다의 모양이 다를 뿐이지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동성애를 이해하는 것보다 그에게 어려웠던 건 10년이나 어린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심태영은 “배우들 나이가 27세, 29세, 서른이 넘은 분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원래 나이보다 훨씬 어린 배역을 연기해내야 하는 배우들에게 문삼화 연출은 호흡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는 후문. 문삼화 연출은 “노인과 아이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인데, 호흡은 심장박동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심태영은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 연출님이 학생들의 심장박동이 성인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셨다”며 “갈팡질팡하고 충동적인 학생들의 행동과 그 심장박동을 알고 싶어서 고카페인 음료수를 마시는 등 이런저런 시도를 다 했다”고 답해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노력했는지 엿보였다.

획일화된 세상의 기준에 반기를 드는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오는 6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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