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담화를 통해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이후 36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는 당시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며 사죄의 심정을 표명했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올해 일본의 진심이야 어찌하든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多大)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통절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한 간 총리는 이어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선왕실의궤가 88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의궤 반환은 우리에게 결코 좋은 면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반출된 조선왕실의궤는 말 그대로 조선의 왕실이 행했던 모든 행사와 의식, 의례를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남긴 기록이다. 한 왕조, 한 나라의 역사가 되고 뿌리가 되는 귀한 유물이 우리의 부족함으로 말미암아 90년 가까운 시간을 조선의 심장을 찌른 일본에서 보낸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해방된 지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되찾아오는 노력이 미흡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일제강점기에도 나라와 민족, 우리네 전통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버린 선열들을 생각한다면 광복 이후 해외로 반출된 문화를 환수하는 일에 목숨을 걸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조선왕실의궤 환수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는 우리 민족의 유물을 환수 받는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둘 수 있겠고, 우리네 문화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통절한 반성에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이야 해외 반출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환수를 위해 여러 행동을 취할 수 있겠지만 국가를 상대로 하는 문화재 환수 운동은 한 사람만의 행동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설령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길고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더 이상 민간단체에 문화재 환수 운동을 미뤄서는 안 된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지금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 빼앗긴 문화재를 도로 찾고, 잃었던 정신문화를 회복하는 것에 좀 더 박차를 가하길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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