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태풍이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날씨는 무더워서 아직도 여름휴가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연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수은주는 열대야 현상까지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집에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아직도 온 가족이 집을 떠나 휴가를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가족은 나무가 무성한 산의 계곡에서 피서를 하는가 하면 또 어떤 가족은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비용은 많이 들지만 편의성이 좋은 휴양시설에서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하려면 아직도 1주일 이상 남았기 때문에 영ㆍ유아기나 아동기에 달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귀여운 자녀들과 함께 휴가를 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춘기를 넘긴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은 상급학교 입시 준비 등으로 방학기간에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휴가를 가는 경우가 적지만, 영ㆍ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동들은 잠시도 부모와 떨어져 지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휴가를 가는 장소가 어디이든지 동행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이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내기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전 가족이 휴가를 가지만, 부모는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물에 몸 한 번 담가 볼 수도 없거나 한가로운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자녀는 어른들에게나 어울리는 행락지에 가서 할 일 없이 소음에만 시달리는 경우도 있으니 짜증과 불만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다소 경비가 많이 들어도 자녀들을 부모 대신 돌보는 대규모 휴양시설에 가서 자녀는 자녀대로 놀고, 부모는 부모대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족하는 휴가는 없어 보인다. 특히나 집에서부터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휴가지를 정해서 가는 경우에는 정체된 도로에서 시달려야 하고, 유명한 휴양지나 시설은 수많은 인파 때문에 즐거움을 잃어버리기 쉽다.

어떤 부모는 무조건 이용료가 비싼 시설에 가야 어린이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한 가족이 조촐하게 휴가를 떠나지 않고, 친한 사이의 부모들이 여러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러 가족이 갈 경우에는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즐겁고 보람 있는 휴가를 보내기는커녕,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거나 어른들끼리 할 수 있는 오락에 빠져 정작 자녀들은 방치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부모는 자신들이 즐거우면 자녀들도 즐거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들은 처음 가 본 곳에 대한 색다른 흥미도 느끼지만, 생소한 환경에 처하게 될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휴가지에서의 어린이들에 대한 부모의 배려는 집에 있을 때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부모가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새치기, 운전 중 욕설 등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휴가를 가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요즘 여러 농?산?어촌에서는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하여 휴가와 더불어 색다른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볼거리와 체험을 통하여 자녀들에게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땀 흘리면서 보람을 얻게 하는 활동도 많다.

휴가지로 가는 길에 시골의 조부모 댁이나 외가에 들러 효행을 몸소 실천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효심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뜻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가 주인공이 되는 휴가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른이 즐길 거리가 많은 곳보다는 자녀가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 좋다.

여행 목적지를 자녀가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휴가 일정도 자녀가 짜는 대로 가 보면 좋을 것 같다. 가급적이면 한적하면서도 꽃과 새소리로 가득한 자연 속에서 자녀가 주인공이 되어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자녀가 지니는 부모에 대한 애착심은 훨씬 더 커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