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갑자기 자고 나면 어! 이 총리가,  이 사람이 누구지? 갑자기 그냥 누가 나타나는데 이게 누군지 뭐,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예측이 전혀 안 된다.
중국의 경우 지금 세대 지도자는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고 그 다음은 누구라는 식으로 개인의 특성과 성향까지 파악하며 50년, 100년 뒤 중국의 그림을 그린다.
그러니까 저게 또 몇 달 갈지, 과연 청문회는 통과할 수 있는지, 언제 그만둘지, 저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저 사람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과거의 경력을 쌓아서 어떻게 검증을 받아서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서 저 사람한테 기대할 게 있는지 없는지, 이런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예측과 검증된 역량에 대한 믿음이 없다. 저놈이 또 언제 해 처먹는지, 뒤로 뭘 빼먹을지, 다음에 저 사람이 그만두고 자살을 할지, 총 맞아 죽을지 정말 모른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한다. 예측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리더십을 가지고 과연 선진국까지 갈 수 있겠느냐.”

이미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국무총리 내정 사실을 염두에 두고 9일 경기도 월례조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절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어서 김 지사의 언행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한나라당에 대한 거센 역풍을 뚫고 수도권 선거에서 생환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유리한 입지를 다져가던 김 지사가 김태호 총리 지명소식에 크게 당황했음을 잘 보여준다. 그가 새롭게 등장한 시골출신(경기도에 비해 시골이라는 의미이지 지방을 폄훼하자는 건 아니다) 대권 경쟁자에게 미리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결기마저 드러난다. 김 지사가 이처럼 놀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태호 내정자는 일단 훤칠한 용모에 파격적 언변, 어느 정도 검증된 행정능력 등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그는 같은 영남출신이지만 대구경북(TK) 출신인 김 지사나 박근혜 의원과는 달리 부산경남(PK) 출신이다.

벌컥 거부반응을 보인 김문수 지사와는 달리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만 또 다른 여권 내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 측도 이번 개각에 앙앙불락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박 의원에 비해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김 전 지사를 총리로 발탁한 것은 오로지 ‘세대교체’를 이슈화해 박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권의 잠룡이라 할 정몽준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속을 직접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야권의 차차기 주자군들은 내심 이번 총리 지명 소식에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었지 않았을까 싶다. 차차기 주자군이란 현재 야권의 당권주자들, 즉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을 제외한 40대 그룹들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아마도 바야흐로 가시화하는 세대교체 바람이 마냥 싫지만은 않을 터이다. 더구나 중앙정치에는 전혀 물들지 않은 도의원, 군수, 도지사 경력만의 젊은 인사가 총리직에 오르면서 단번에 대권 후보반열에 올랐으니 자신들의 미래와 결부해 의미하는 바가 자못 심장할 것이다. 특히 중앙정치 경험이 별로 없는 안희정, 김두관 지사는 김태호 총리 지명자의 성공 여부가 자신들의 향후 진로를 가름할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어 보일 것이다.

김태호 총리 지명이후 지리멸렬한 야권 일부에서는 “우리도 이번에 참신한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이뤄야한다” “이번에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은평을에 진부한 인물을 공천한 탓이다”는 등의 자책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 대안으로 이번에 새바람을 일으킨 젊은 40대 도백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야권의 젊은 단체장들이 나라를 끌고 갈 큰 인물로 성장하려면 이번 재임 중에 정말 탁월한 성적표를 내야만 가능할 것이다. 행정능력을 검증받아야만 국민들은 이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 만하다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