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상황은 해방 후 남한 내 신탁과 반탁으로 갈라진 정치적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듯하다.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달해도 정치와 종교적 이념만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늘 특수한 상황과 환경이 조성돼온 외적 요인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해방 후 찾아온 정치적 혼란은 분단과 대립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오늘날의 정치와 이념적 대립은 통일과 화합과 봉합을 앞둔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송구영신 호시절의 때에 걸맞게 찾아온 ‘호사다마’ 또한 우리가 감당해 내고 극복해 내야 할 우리의 숙명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이 지나간다. 복잡하고 어려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 그래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애써온 점 높이 사고 싶다.

그중에서도 괄목할만한 것은 주지하는 바대로 남북문제의 개선이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늘 한반도를 드리우면서 한치 앞을 예단할 수 없었던 때를 생각해 본다면 문 대통령의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와 행보는 오늘은 물론 역사가 기억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남과 북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주변국과의 실타래같이 얽혀있는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하나하나 풀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그야말로 사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그러함에도 퍼즐을 맞추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용기와 결단에 감사를 보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과업은 어찌 보면 신의 영역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의 지혜와 능력과 수단과 외교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애당초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지구상 한반도의 마지막 분단의 역사는 신의 뜻 안에 있는 것이기에 정치적 계산이나 치적이라는 욕심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다행스런 것은 통일과 평화에 대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의 변화다. 물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세계차원의 압박이 대화의 길로 나오게 했다는 점도 맞다. 분명한 것은 내적 외적 요인에 의해 이미 북한 정권의 대화와 개혁 개방의 의지가 있었으나, 이를 실행해 나갈 출구가 없었다는 점,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 출구가 마련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은 이미 회담내용이 사전 조율이 됐고, 상호 양보와 저울질을 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다는 의미다. 회담을 통해 세기의 회담 선언문이 어떤 내용으로 발표될지 세계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세기의 담판이 있는 날, 선언문의 농도를 짙게 하기 위해 남과 북이 군사 내지 적대행위를 자제하고 조심하는 분위기야말로 ‘평화 무드’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과 동시에 경비 인원과 핵 연구인원들을 철수하겠다는 발표는 회담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핵시설 폐기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여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회담에 합의가 이뤄졌다 해서 이를 회담성공이라 단정지어선 안된다는 조심어린 충고를 하고 싶다. 즉, 회담내용을 검증하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는 이제부터다. 조건부 비핵화라는 말의 의미는 조건이 맞지 않으면 핵무장 하겠다는 말도 되기에 낙관은 금물이며, 이를 정치와 선거에 지나치게 이용한다면 모처럼 맞은 대화와 평화의 무드는 희석되고 말 것이며, 오히려 진정성에 의구심만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진정한 자세다. 어차피 쌍방 간에 약속은 열 가지 중 한 가지만 잘못돼도 틀어진다. 따라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 상호 맞춰가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며 이는 곧 신뢰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 국내 정치상황이다. 1주년을 맞이해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낸 역기능이다. 한마디로 ‘평화에 대한 이율배반’이다.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정치적 이념적 대립은 어디서 온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남쪽은 더욱더 분열돼 가는 양상을 만들면서 북측과는 평화를 모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고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인들 남과 북의 대화와 평화통일을 반대하겠는가. 민족의 숙원인 평화와 통일의 과업을 두고 서로 헐뜯고 폄훼하는 일이 있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통치자는 물론 그와 함께한 세력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것이며, 발목을 잡는 듯한 반대 세력 또한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총화를 일궈내야 할 책임은 통치자와 정부 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서기동래라 하듯, 모든 기운이 한반도로 몰려오는 이 때, 정신을 차리고 찾아온 우주의 대기운을 놓치는 어리석은 나라가 돼선 안되겠다. 이를 잡아 이끌어 결실을 맺어야 할 책임이 지도자들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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