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개소식에 맞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서 거센 시위가 일었다. 왼쪽은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지른 모습. 오른쪽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관료들이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14일(현지시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개소식에 맞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서 거센 시위가 일었다. 왼쪽은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지른 모습. 오른쪽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미국 관료들이 대사관 이전을 축하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팔레스타인 항의시위에

이스라엘 집중 폭격… 58명 사망

이스라엘·미국 “무력 진압 정당”

유엔 안보리 성명, 美 반대로 무산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를 무력 진압해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까지 발사해 어린이를 포함해 6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시민이 목숨을 잃고 2천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서 시위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최소 58명이 숨지고 2771명이 다쳤다고 dpa 통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이날 시위는 4만명 이상(이스라엘군 추정)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대사관 이전 개관식이 열린 예루살렘에서 8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에서 열렸다.

시위대는 돌과 폭발물을 던지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분리 장벽을 부수려고 했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현지 병력을 2배로 늘리고 저격수까지 배치한 후 최루탄과 실탄을 쏘며 대응에 나섰다.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중동권 국가들, 프랑스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 국제인권단체, 유엔 등은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초강경 대응을 규탄하거나 자제를 촉구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이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과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무력 대응을 비난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항의의 표시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터키도 이스라엘과 미국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송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당한 무력사용이었다고 주장하고 미국도 이를 두둔하면서 갈등이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베냐민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국가는 자신들의 국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무력사용을 정당화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전례 없는 폭력을 사용했으며 무장한 테러범들이 분리 장벽에 급조폭발물(IED)을 설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도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에 유혈사태 책임이 있다며 규탄하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이스라엘군의 발포를 두둔했다.

팔레스타인과 쿠웨이트는 이번 유혈사태를 다루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 소집을 요구해 안보리는 이를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 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날로, 팔레스타인들은 ‘나크바(대재앙)의 날’을 맞아 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 대사관 이전 개관식은 예루살렘 남부의 아르노나에서 치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미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영속적 평화협정을 가능하게 하는 데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만들었다”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영원하고 분할되지 않는 수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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