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유네시코 세계지질공원의 일등공신 주왕산 기암. 응회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나타난 주상절리가 독특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일등공신 주왕산 기암. 응회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나타난 주상절리가 독특하다. 기암에서 보이는 독특한 주상절리는 7천만년 전 화산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급하고 조밀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져 독특하다. 이런 특성은 청송 일대가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등재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천지일보=송태복‧이지예‧김미라 기자] 경북 청송군(군수 한동수)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1주년을 맞았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2015년 유네스코 정식프로그램으로 등록되면서 엄격한 정식절차를 거친 세계지질공원이다. 외진 고을임에도 국제정세를 발 빠르게 파악해 치밀하고 알찬 준비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 

청송 일대는 지난해 5월 2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201차 집행이사회’에서 우리나라 두 번째이자 내륙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 승인됐다. 인증기간은 2017년 5월 5일부터 4년간이다. 

인증 이후 청송군은 명실공히 지질관광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큰 변화는 관광객 증가다. 3일 빅데이터 기반 청송군 관광통계 조사분석 용역결과에 따르면 2016년 200만여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450만여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단위 관광객과 머무르는 기간도 늘었다. 주왕산 중심이던 관광지도 청송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군이 새롭게 조성한 방호정, 신성리 공룡발자국, 만안자암, 백석탄을 경유하는 ‘신성계곡 지질탐방로’는 수려한 경관으로 각광 받고 있다. 

세계지질공원 1년을 맞아 푸른 솔이라는 이름처럼 푸른 숲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룬 청송(靑松)을 천지일보 탐방팀이 찾았다. 

청송 대전사에서 바라본 주왕산 기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청송 대전사에서 바라본 주왕산 기암.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1명소 주왕산 기암단애

청송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낙동정맥의 중간에 위치한 주왕산(周王山, 721m)은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진산이다. 설악산, 월출산, 주왕산이 3대 악산, 3대 암산으로 불린다. 북으로는 멀리 영양의 일월산(1128m), 남으로는 영천의 보현산(1124m)이 있다. 

주왕산 일대의 암봉들과 기암절벽은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경관으로 일찍이 조선팔경의 제6경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지형경관을 자랑한다. 주왕산에 이렇듯 큰 암봉들이 협곡을 이뤄 절경을 만들게 된 것은 과거 지질시대에 거듭된 화산폭발 때문이다. 

탐방팀이 가장 먼저 찾은 대전사에서 만난 김동민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주왕산의 ‘주’는 사람 이름에서 유래했다. 여러 설이 있는데 주나라 왕이 되려다 실패하고 이곳에 은거했다 신라 마장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주도’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선덕왕의 6촌쯤 되는 ‘김주원’이 이곳에 숨은 후 그의 ‘주’자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도 전해진다. 

신라 때 주왕이 머물렀다는 주왕굴은 폭포로 가리워져 앞에서는 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왕산의 학소대는 90도의 가파른 절벽이다. 학소대와 마주한 병풍바위를 담은 그림은 ‘한국 자연의 100경’에 선정될 만큼 수려하다. 

주왕산 수달래. (청송군청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주왕산 수달래. (청송군청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유네스코 지질공원 일등공신 ‘주상절리’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기암(旗巖)이다. 주나라 왕이 되려했던 주도가 난을 일으켰다 실패하고 주왕산에 숨어들어와 군사가 많다는 것을 위시하기 위해 깃발을 꽂았다고 해서 깃발 기를 써서 기암(旗巖)이다. 

전설에 따르면 주왕이 신라 마장군과 치열한 전투를 하면서 이 바위에 이엉을 두르고 쌀뜨물을 계곡에 흘러 보냄으로써 마장군 병사의 눈을 현혹시켰다고 한다. 정상에는 약 200㎡의 평지가 있고 모진 풍상을 견딘 몇 그루의 노송을 볼 수 있다. 

반대편 장군봉은 마장군 형제가 진을 쳤다고 해서 장군봉이고 마장군 형제가 주왕을 죽이고 나서 역시 승전의 깃발을 꽂았다고 해서 기암(旗巖)이라 불린다. 이 바위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으로 제1명소로 지정이 된 ‘기암단애’다. 단애는 깎아지른 절벽을 의미한다. 

청송 곳곳에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30억년간 활발히 진행된 지질활동에 따라 생성된 응회암,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등이 분포한다. 이중 주왕산은 약 7천만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이 때문에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 등과 달리 강도가 매우 약하다. 잘 부서지고 주상절리가 잘 나타나 있다. 응회암으로 된 주상절리는 주왕산과 무등산에만 있다. 

무등산 응회암 주상절리는 천천히 오랜 시간을 두고 식었던 반면에 주왕산은 급하고 조밀하게 식어 주상절리가 독특하다. 이런 특성은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등재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신성계곡 지질탐방로에 위치한 정자 방호정. 주변 풍광은 약 1억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신성계곡 지질탐방로에 위치한 정자 방호정. 주변 풍광은 약 1억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가족여행 명소 ’신성계곡 지질탐방로‘

청송군이 새롭게 조성한 방호정, 신성리 공룡발자국, 만안자암, 백석탄을 경유하는 신성계곡 지질탐방로는 수려한 경관은 물론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24개의 지질 명소 중 4개가 약 15㎞에 이르는 이 신성계곡에 있다. 곳곳에 비경을 품고 있어 탐방로를 걷다 보면 눈은 호강하고 머리는 맑아진다. 

신성계곡 지질탐방로인 녹색길에 아늑하게 자리한 방호정(方壺亭)은 조선 중기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작은 정자로 바위 언덕에 위태롭게 걸쳐있는 자태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신성계곡은 주왕산과 달리 물과 관련된 지질 명소가 많고, 방호정 주변 풍광은 약 1억년 전인 백악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직으로 쩍쩍 치솟은 암벽과 가녀린 모습으로 암벽 사이사이를 치장한 봄꽃들을 만날 수 있다. 

경북 청송 고와리에 위치한 신성계곡의 하이라이트 구간 백석탄(白石灘)은 ‘흰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란 뜻으로 히말라야를 연상케 하는 신비의 돌무더기다. 백석탄은 지난해 4월 경상북도 관광콘텐츠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바위의 빛깔이 고와 마을 이름도 고와리라고 붙여졌다. 석영과 장석의 함유량이 많아 바위가 흰빛을 띤다. 

세월이 바위에 낸 구멍인 포트홀(Porthole)을 비롯해 줄무늬 모양의 ‘층리’, 바위가 굳기 전 생물체가 지나간 흔적이 또렷한 ‘생물교란구조’ 등 독특한 문양의 바위들이 계곡 1㎞ 구간에 넓게 분포돼 있다.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공저수지, 주산지는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촬영지로 유명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공저수지, 주산지는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촬영지로 유명하다. (청송군청 제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4

◆저수지 속 왕버들… 영화촬영 명소 ‘주산지’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한 주산지는 1721년 10월, 조선 경종 원년에 만들어진 작은 인공저수지로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특히 저수지 속에 자생하는 왕버들 고목나무 20여 그루와 울창한 수림이 어우러져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출사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청송이 보유한 ‘유네스코’라는 브랜드 가치는 불과 1년 만에 많은 것을 안겨 줬다. 그러나 청송군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이 준 선물을 더 널리 알리고 제대로 보전하기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가정의달 5월, 공룡에 관심 많은 어린이부터 푹 쉬고 싶은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청송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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