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올 광복절을 맞아 경복궁 광화문이 공개된다. 그동안 복원 중에 있던 광화문에 현재 완성된 현판을 설치하는 등 마무리 작업 중에 있다. 여기서 현판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고종 당시 중건된 광화문 한자현판을 복원해서 달기 때문이다.

복원하는 게 막연히 옳다고 바라보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한글현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들은 “서울의 중심지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중심지에 위치한 광화문은 나라와 민족, 문화를 상징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글인 한글로 현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중심에는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가 있다.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광화문을 중건할 때 만든 현판으로 최근 복원 작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광화문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손수 쓴 현판은 한문이 아닌 한글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현판을 그냥 달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사범학교를 나오고 한자가 많은 일본어를 배웠는데 한자를 모를 일이 없지 않습니까? 박 전 대통령의 한글 사랑은 유별났어요. 어느 날 한문으로 된 문패나 표지판을 전부 한글로 바꾸라는 특명을 내렸죠. 다음날 미국에서 고위 관리가 방한하는데 그에게 훌륭한 우리글을 선보여 우리가 자주문화국가임을 보이려 했었죠.”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광화문 한글현판은 우연하게 설치된 것이 아니었다. 한글이 우리 겨레의 글자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통치자가 민중의 소리를 듣고 따른 한글역사 유물이기 때문이다. 1968년 당시, 옛 일제의 조선총독부 건물을 가리는 현대판 광화문을 만들면서 현판을 한글로 써서 단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었다.

“한글현판이 달린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자현판을 달겠다고 하는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일제 때 일본군 장교로 지냈고 군사독재자였고 구한말에 지어진 광화문 현판이 한자였기 때문에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광화문 한글현판이 박 전 대통령의 친일과 독재행위에서 나온 게 아니라 한자 대신 한글을 살려 쓰려는 국민의 요청에 대통령이 들어준 증거품이고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크죠.”

광화문이라는 이름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지었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과 광화문 이름을 지은 만큼 한글현판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은 내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게다가 광화문이 바로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한글현판을 설치한다면 세종대왕과 한글창제 정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한글현판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고 전했다.

광화문 현판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국민에게 간곡히 호소하는 이대로 대표.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수업 대부분이 한자로 이뤄진 모습을 보고 한글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 마음이 변함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한글 홍보에 더욱 힘쓰겠다는 그의 말에서 우리말과 글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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