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최근 ‘오장풍 선생’으로 불리는 폭력교사 동영상 파문을 계기로 학교 체벌 금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학교 체벌 문제는 당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의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일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거는 바람에 이슈화했었다. 그러다가 오장풍 선생의 워낙 화끈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금세 학원가는 물론 인터넷상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학교 체벌 문제는 찬반을 놓고 현재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한국교총 등 보수진영은 대안없이 일률적으로 체벌을 금지할 경우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이에 대해 전교조 등 진보진영은 폭행수준의 체벌을 근절하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학교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학교 체벌은 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인가, 아니면 일종의 폭력행위인가?

이 문제를 다룬 TV의 심야토론에서도 격론이 오갔으나 서로 간에 팽팽한 설전만 오갔을 뿐 결론은 쉬 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제를 보면서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가? 하여튼 별로 심각한 사안도 아닌 일로 담임선생님이 벼락같이 화를 내더니 평소 자주 말썽을 부렸던 서너 명을 불러냈다. 그러더니 바지를 전부 벗으라고 명령했다. 순간 교실에는 싸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초등 4학년이라면 그래도 알 만한 것은 다 알 정도의 연배인데 여학생들까지 보는 앞에서 아랫도리를 전부 벗으라는 것은 너무도 놀랄 만한 처사였던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던 학생들은 회초리를 들고 험악하게 다그치는 서슬에 놀라 결국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야 했고 선생님은 회초리로 이들의 엉덩이를 마구 구타했다. 학생들은 충격에 차마 울지도 못하고 그저 그 매를 맞았다. 지금도 나의 초등학교 동창들은 차마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그때 인간적 수모를 당한 친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차원일 것이다.

중학생 시절도 생각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여름이면 반바지 교복을 입었다. 그런데  일부 짖궂은 선생님들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것을 즐기곤 했다. 우리는 선생님들의 체벌 중에서 종아리를 맞는 것을 가장 꺼려했다. 아픈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종아리를 맞으면 엄청나게 고통이 심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종아리에 회초리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하교길에 반드시 근처 여학교 앞을 지나야 했기에 종아리에 선명하게 남은 체벌의 상처가 더 큰 문제가 됐던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매질을 할 때 “오늘은 육군 병장을 만들어 주지”라며 회초리를 네 대 때려 빨간 매자국으로 종아리에 병장 계급장을 달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종아리에 빨간 계급장을 새긴 친구들은 해질녘까지 하교를 미루거나, 학교 앞 빵집에서 긴 바지로 갈아입어야 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그 일을 회상할 수 있겠지만 당시 매 맞은 친구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열패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런 아픈 추억 때문일까? 난 개인적으로 체벌은 반대한다. 아니 비단 학창시절의 일 때문만은 아니다.  과연 체벌이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냐에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현재 여론은 약 5대4 정도로 체벌 찬성 여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여론은 학교 체벌의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크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체벌을 추방하고도 아무런 이상없이 학습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감점을 주고 선행을 하면 벌점을 감점하되 벌점이 일정점수 이상이 되면 얼차려나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그린마일리지 제도’나 학생자치법정제도 등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굳이 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체벌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학습에 열중하려는 대다수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일부 말썽꾸러기를 제재하기 위한 체벌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체벌 원천금지를 전제로 할 경우에만 그 대안의 모색이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대안은 체벌전면금지를 시행중인 미국 등 선진국들이 시행중인 방안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체벌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심리학계의 지적을 교육계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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