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무덤’이라 불리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 28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여당이 불리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을 5대 3으로 완파했다. 그것도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 비하파문, ‘민간인 사찰’ 등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다.

역대 재보선에서 여당이 줄줄이 패한지라 한나라당은 이번 승리를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이 주장하던 ‘정권심판론’도 ‘4대강 사업 반대’도 힘이 빠지게 됐다. 당 내부에서는 뚜렷한 선거전략도 없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6.2지방선거가 한나라당에 대한 회초리였다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게 주는 국민의 매였다.

전통적으로 야권이 유리했던 재보선에서, 그것도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패한 것은 민심이 어떠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4대강 사업까지도 중단시키기 위해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강경 일변도의 행보가 이번 선거에서 역풍을 일으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방적인 독주는 이처럼 국민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소통의 부재’로 지적받던 한나라당도 불과 2개월 전에 ‘참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뻣뻣이 목을 세우고 독불장군처럼 가다가는 몽둥이로 치명타를 맞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지도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상생의 정치’를 주문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동안 여야가 의기투합하다가도 당리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싸우기 일쑤였다.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확히 읽고 뼛속까지 새겨야 한다. 양보 없이 대립으로 일관했다가는 어느 당이든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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