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 전시장에 문구가 적힌 족자가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 전시장에 문구가 적힌 족자가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
사건 공감할 수 있게 전시기획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들판에 붉게 붉게 꽃이 핀다네. 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타다 붉은 꽃 되었다더라.’

최상돈씨의 ‘애기동백 꽃의 노래’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에 울려 퍼졌다. 흑백사진 속에서 유난히 더 붉게 보이는 동백꽃. 붉은 빛깔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퍼 보였다.

이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이다.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명주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는 “동백은 겨울에 핀다.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눈발을 맞는 강인한 꽃”이라며 “동백은 통꽃으로 뚝 떨어지며 지는데, 하얀 눈밭에 붉게 떨어진 동백이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 사람과 같다하여 4.3사건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정부에서 채택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2003)’의 내용과 기초자료에 근거해 전시를 기획했다.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임에도, 여전히 제주만의 아픈 역사로 기억돼 왔다. 이번 전시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제주 4.3으로 희생됐던 제주도민의 아픔을 조명했다.

이윤엽 작가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작가적 고민을 담아 작품으로 만들었다. 문형순 경찰서장, 신흥리 김성홍 구장, 성산포 송기숙씨, 세화리 김은정씨를 목판화에 담아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이윤엽 작가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작가적 고민을 담아 작품으로 만들었다. 문형순 경찰서장, 신흥리 김성홍 구장, 성산포 송기숙씨, 세화리 김은정씨를 목판화에 담아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이번 특별전에는 제주 4.3사건과 관련되는 국가기록물, 사료, 희생자 유품 그리고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약 200여점이 전시됐다.

이 학예연구사는 “많은 분들이 4.3 사건을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이것은 개인에게 닥친 큰 불행이자 정신적으로 큰 슬픔이었다”라며 “전시에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넣으려고 했 다”고 설명했다.

희생자들은 4.3사건 당시 토벌대를 피해 중산간지역의 동굴로 피신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 동굴답사를 통해 당시 희생자들이 느꼈던 고립감과 비극에 공감하고 있다. 전시에서 공개된 양미경 작가의 ‘아이들의 싸우는 방법’ 작품에서는 당시의 긴장감을 담아내기도 했다.

당시 토벌대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했는데, 작품은 아이들이 숨어 있는 모습을 표현했고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학예연구사는 “2만 5천~3만명의 주민이 희생됐다. 너무 큰 비극이 었다”라며 “희생된 주민 중에 전투능력이 없는 10세 미만의 아이들 그리고 60세 이상의 노인은 총 10%”라고 말했다.

제주 4.3사건의 생존자인 김인근 할머니가 그린 ‘4.3 태풍'.ⓒ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제주 4.3사건의 생존자인 김인근 할머니가 그린 ‘4.3 태풍'.ⓒ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이어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나, 이것이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 ‘목시물굴’에서 출토된 유류품도 공개됐다. 1948년 11월 26일 굴 입구가 발각돼 노약자는 함덕국민학교로 끌려가고 나머지는 총살됐다. 출토된 등잔과 고무신, 놋주 걱, 깨진 항아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 했다.

특히 프롤로그에서는 열네 살에 제주 4.3사건을 겪은 생존자인 김인근 할머니 이야기도 공개됐다. 전시된 글과 그림, 편지는 김 할머니가 미술치료 과정에서 말하고 쓴 것이었다. 이 공간은 한 아이가, 한 사람이 겪은 제주 4.3사건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 줬다.

특히 ‘4.3 태풍’ 제목의 김 할머니의 그림 속에는 나무에 1개의 열매만 달려있고, 9개의 열매가 떨어져 있었다. 나무에 유일하게 달린 열매는 김 할머니를 의미했다. 오가는 관람객들도 그림을 통해 이를 깨달았는지 한동안 김 할머니의 그림 앞에 멈춰있었다. 이 학예연구사는 “제주 4.3사건 70년을 맞아 박물관 전시를 통해 우리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 줘야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류품인 고무신과 등잔 등이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유류품인 고무신과 등잔 등이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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