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부동산 경기 부양(浮揚)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잘 안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집 가진 것이 고통이 되는 초유(初有)의 일이 벌어졌다.

집 가진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명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 가진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선거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부양론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행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에 목을 매는 건설업체들의 유관 부서인 국토해양부가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부양론을 주창한다. 이런 움직임에 일각의 언론들이 호들갑스럽게 부양론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떠들어댄다. 실제로 빈부 지역에 상관없이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부양론이 고개를 드는 까닭이며 부양론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부양론자들의 주장 그대로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신중론자들의 반론이나 신중론이 너무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기 부양에 나서고 안 나서고 하는 원초적인 선택의 문제에서 두 견해가 부딪치는 것은 아니다.

두 견해를 놓고 시책의 타이밍과 강도(强度), 어떻게 시책의 수혜자를 정책목적과 사회적 합의(合意)에 적확(的確)하고 정밀하게 맞출 수 있느냐 하는 딜레마(Dilemma)에 빠져 절충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절충의 산물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될지, 그것은 고통 받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이며 사회적 합의(合意)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서로 기대하는 내용은 달라도 모두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부양론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영어로 된 이런 전문 용어까지를 일반인들이 알아야 되는 것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지만 어떻든 총부채상환비율이라고 하는 DTI(Debt to Income)와 담보인정비율인 LTV(Loan to Value)를 높여 적용하자는 것이 요체다.

이 같은 주택대출의 확대 방안과 함께 주택 거래에 수반되는 각종 세금 부담의 완화, 아파트 분양 가격 상한제 폐지 등을 내용에 담고 있다. 주택경기를 조절하거나 과열이나 투기를 잡아야 할 때 정부가 동원하던 전통적이고 낯익은 정책수단들이다. 이 익숙한 정책 수단들을 얼른 동원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하게 예견되는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통해 이미 알려진 대로다.

시책이 시행될 때 주택 경기는 뜨거워지고 덩달아 건설경기가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주택대출의 증대로 이미 심각한 수준인 가계 부채를 더욱 감당하기 어렵게 늘려 놓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가 정책의도와 달리 약삭빠른 투기꾼이나 영민한 재테크 수완가들에게나 혜택을 독점하게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집 한 채 달랑 지니고 사는 진정한 실수요자들은 심리적인 ‘부양’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엇을 얻고 말고 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집값이 오르거나 말거나 대체로 조용하다.

시책의 시행이 혹여 과도하게 효과를 낸다면 경제거품을 만들어 경제의 건강성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양시책의 시행은 문제에 대한 미봉책이면서 동시에 더 큰 골치 아픈 문제의 시작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현재의 집값 하락이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의 주택 구매력 고갈 등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진행되는 대세적 트렌드(Trend)라면 과연 지금이 정부가 개입할 최적(最適)의 가격 저점인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부양책의 효과가 크거나 적거나 정책적 리스크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적 리스크를 안으면서 무주택 서민에 대한 배려 없이 집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잔치판을 벌여주었다는 비난까지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견디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이고 사회적 갈등요인이며 정쟁거리가 될 것이다.

마땅히 대책은 집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잔치가 돼서는 안 되며 따뜻하고 각별하게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맞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각별한 배려와 방책을 균형 있게 부양책에 담아야 한다. 그것은 경험 많고 유능한 관료들이 해야 할 몫이며 언론은 편향적 자세를 버리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소통과 환경의 조성자(造成者)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무주택 서민들은 주택시장의 높은 울타리를 감히 넘겨다보지도 못한다. 만일 무주택 서민들의 자포자기와 절망을 더 하게 하는 것이 돼서는 사회적으로 축복받는 대책이 못 될 것이다.

그러자니 참으로 어렵다.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침체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가계의 부실화는 물론 금융 기관의 대출 위험을 키우며 정부의 세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집 가진 사람들의 고통은 정치적인 압력으로도 발전하고 팽창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하랴. 누구 솔론몬이 지녔던 지혜라도 가진 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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