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생활에 지친 직장인과 학생들이 모처럼 대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달래며 다시 살찌우는 계절이다. 이미 휴가를 떠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가며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보람있게 맞을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을 터이다. 미처 휴가를 가지 못한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양한 계획을 마련 중일 것이다.

그런데 휴가를 잘못 가게 되면 심신의 휴식은 커녕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 과욕을 부린 나머지 도리어 피곤에 찌들어 오거나 함께 간 일행과의 불화로 찜찜한 파장을 맞기도 한다. 특히 여정 사이사이의 짜투리 시간에 무조건 먹고 마시거나, 가족들은 팽개쳐두고 끼리끼리 고스톱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나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여름 휴가철을 ‘독서의 계절’로 활용하는 발상의 대전환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흔히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동서고금의 많은 전적(典籍)들이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칭했고 이에 힘입어 서점이나 출판사들도 가을이면 대대적인 독서캠페인을 벌이곤 한다.

하지만 서점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은 정반대다. 한국출판협회와 교보문고 등의 계절별 도서 판매량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도서매출이 가장 적은 계절은 봄철인 3·4·5월과 가을인 9·10월로 나타났다. 대신 여름인 7·8월과 겨울인 12·1월에는 가장 매출이 많았다.

실제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을은 ‘책을 읽기에 좋은 절기’이지 독서하기에만 좋은 계절은 아니다. 가을은 책읽기에만 좋은 날씨이기 전에 즐기기에도 괜찮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각종 축제, 운동회, 야유회, 등산모임, 추석 등 연속되는 명절로 바쁘고 농촌은 가을걷이로 오히려 농번기이다. 여름은 기후조건상 책읽기에는 불편한 계절이지만 차라리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에서 보면 책읽기에 가장 조건이 좋은 철이다.

하여 나는 휴가시즌이 다가오면 교육당국은 범국민적 독서캠페인에 나서고 출판사와 서점 등도 이에 호응하여 대대적인 할인행사 등으로 호응하면 멋진 시너지 효과를 낼 것 아닐까 제안해본다.

그러면 무슨 책을 볼까? 휴가철에는 생활전선에서 한발짝 벗어나 우리 삶과 운명을 관조할 만한 책을 봤으면 좋겠다. 즉 재테크 등 실용적 책보다는 철학적 서적을 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읽은 의미깊은 글이 생각난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씨가 <녹색평론> 110호에서 인용한 유명한 ‘낚시꾼의 우화’다.

“어떤 남자가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왜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낚시질을 하느냐, 그물을 쓰면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낚시꾼은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으면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행인은 ‘그걸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 큰 배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원양어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도 있을 거고’라고 답했다.

낚시꾼이 또 ‘원양어업을 해서 뭐 할 거냐’고 물었다. 행인은 ‘큰 수산회사 사장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낚시꾼은 또 ‘큰 회사 사장이 되면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행인은 ‘나중에 은퇴해서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답했다. 낚시꾼이 ‘어떻게 사는 게 편한데?’라고 묻자 행인은 ‘한적한 바닷가에서 낚시질을 하면서 지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한다. 그러자 낚시꾼은 ‘내가 바로 지금 그러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1년 사시사철을 냉혹한 현실생활에 얽매여 아등바등  살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도 짧다. 이번 여름은 독자여러분들도 여행가방에 삶의 향기를 담은 시집과 소설책 몇 권과 여행기나 명상서적 등도 함께 담아서 떠나길 권유해본다. 휴가에서 돌아올 때면 누구도 부럽지않은 마음의 부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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