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개회식] 인간승리·공존의 드라마… 평창패럴림픽 개막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 세계인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9일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오후 8시부터 120분간 진행된 열린 개회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뛰어넘는 감동의 무대로 연출됐다. 패럴림픽의 4대 가치인 용기·투지·감동(감화)·평등의 관점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연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된 문화공연에서는 의수의족장애인인 신명진이 큰북을 두드렸다. 시각장애인 이소정양은 ‘순백의 땅’ 평창으로 안내하는 ‘가능한 꿈들’ 공연을 펼쳤다.

선수단 입장은 한국 자음 순서에 따라 진행됐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마지막 순서인 49번째로 입장했다. 우리 대표선수단은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신의현 선수가 기수를 맡았다. 한국은 이번 안방 대회에 6개 전 종목에 역대 가장 많은 36명을 내보냈다.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들고 34번째로 입장했다. 북한은 이번 평창패럴림픽이 사상 첫 출전 대회다. 북한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OC)로부터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아 노르딕스키의 마유철과 김정현 등 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성사 여부를 놓고 관심이 컸던 남북 공동입장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조율 과정에서 독도 표시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독도 표기를 주장했고, 한국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규정한 ‘정치적 표현 금지’ 등을 이유로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섰다.

◆“패럴림픽 선수들, 이미 승리자이자 영웅”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은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며 “장애인도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도 보편화됐다. 장애인 스포츠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사인 볼트. 스티븐 호킹, 헬렌 켈러, 김세진, 황연대, 박은수 등 신체적 장애 극복하고 인간의 표상에 이른 사례들을 언급하며 선수들에게 “평창에 오기까지 쏟은 땀과 눈물을 잘 안다”며 “평창 무대에 오른 여러분은 이미 승리자이고 영웅이다”고 축사했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러림픽위원회IPC 위원장 “모든 것의 시작은 꿈”이라며 “위대한 이야기, 업적, 드라마 등 꿈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앞으로 열흘간 전 세계 수십억명은 꿈이 현실로 변하는 것을 이곳 평창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패럴림픽 스포츠는 우리 인생 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켰다”며 “선수의 올림픽 여정 또한 꿈으로 시작한다. 내일부터 패럴림픽 꿈을 현실로 바꿀 것. 다른 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따뜻한 환대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를 공식선언 후 대회기 게양과 선수·심판·코치의 대표 선서에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우러진 삶을 의미하는 ‘공존의 구(球)-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공연이 진행됐다.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장면은 이번 행사의 ‘와우 포인트(감탄을 자아내는 장면)’가 됐다.

하이라이트인 성화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점화됐다. 지난 3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8개의 불꽃이 합화돼 8일 동안 2018㎞의 여정을 마치고 평창에 안착했다.

성화 점화 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함께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장애를 딛고 일어나 가수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클론의 공연으로 개회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사상 첫 금메달 노린다

이번 평창대회에는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해 6개 종목(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아이스하키, 휠체어컬링)에서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감동과 우정의 레이스를 펼친다. 평창패럴림픽 참가선수단 규모는 역대 최대다. 2014년 소치 대회 때의 45개국, 547명을 뛰어넘었다. 금메달 개수도 소치 대회보다 8개 늘었다.

배동현 단장이 이끄는 한국 선수단은 동계패럴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포함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이상을 따 종합 10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알파인스키 은메달(한상민)과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휠체어컬링 은메달이 그간 수상 전력의 전부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에 출전하는 신의현이 남자 좌식 7.5㎞에서 금메달, 좌식 12.5㎞에서 은메달을 각각 노린다. 지난 1월 일본 국제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했던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훨체어컬링 대표팀도 메달권 후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