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작품 참여 후 여성 인권에 관심 가져

신념 지키기 위한 용기와 포용력 배워

연기에도 신경 써… “믿고 볼 수 있길”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2005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비는 ‘A-Ha’ ‘유혹의 소나타’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섹시 디바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2010년 ‘키스 미 케이트’로 뮤지컬계에 입문했을 때 옥주현·바다를 잇는 가수 출신 뮤지컬배우의 탄생이 예고됐다.

‘시카고’ ‘위키드’ ‘아이다’ 등 걸출한 해외 라이선스 작품 위주로 활동하던 아이비는 작년 한 해 국내 창작 뮤지컬 ‘벤허’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연달아 출연했다. 라이선스와 창작 뮤지컬 모두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2018년 첫 작품으로 ‘레드북’을 선택했고, 이번에도 그동안 한국 뮤지컬에서 보기 어려웠던 인물을 연기한다.

뮤지컬 ‘레드북’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야한 소설을 쓰는 소설가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세상의 편견과 비난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아이비는 이번 작품에서 사회의 비난을 받을지언정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안나’로 분했다. 공연의 중반부가 넘어가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아이비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작품을 선택할 때 라이선스인지 창작인지 따지지는 않아요. 제가 흥미를 느끼고 캐릭터에 관심이 생기면 출연을 결심하죠. 밝은 기운의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레드북’이 그렇더라고요. 작품이 가진 메시지나 음악도 좋고요.”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밝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보수적인 시대에 억압당했던 여자를 다루고 있어 관객의 관심을 얻었다. 올해 작품에 새로 합류한 아이비는 지난달 열린 프레스콜에서 ‘레드북’을 접하기 전까지는 여성 인권이나 차별 대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작품에 출연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자 그는 “학창시절 이후 연예인 연습생으로만 지냈고, 크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주변에 회사원 친구들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불합리한 일을 많이 겪고 있더라. 이번 뮤지컬을 하면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내가 조금 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준다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아이비와 그가 연기하는 ‘안나’는 매사에 밝고 사랑스럽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아이비 본인은 역할을 통해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안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집을 꺾지 않고, 부당한 일에 맞서 용기를 낸다”며 “나였다면 부당한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나로 인해 남에게 피해가 간다면 내가 원치 않아도 현실에 타협했을 거다. 그런 점에서 안나는 진짜 멋진 여자다”고 감탄을 표했다.

또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는 “그동안 나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사람은 인정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제가 저와 다르면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일 거야’라며 차별하던 사람이더라고요.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외치는 안나를 연기하면서 많이 반성했어요. 관객들도 공연을 본 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배우 아이비. (제공: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올해로 뮤지컬을 시작한 지 9년이 됐지만 아직도 그의 연기를 보지 못한 관객과 그의 연기력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아이비는 자신만의 포부를 지니고 있다.

“같은 역할에 가수 출신 배우와 뮤지컬 배우가 함께 캐스팅됐을 때, 관객들이 후자를 선호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는 제 공연을 본 관객이 다른 관객에게도 추천할 수 있었으면 해요. 안나로 분하면서 그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연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앞으로 관객분들이 믿고 티켓값을 지불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