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무총리실 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NS한마음(옛 KB한마음)의 前 대표인 김종익 씨가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무총리실에서도 관련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했을 정도로 여파가 크고, 정치 실세로 알려진 모임인 영포목우회의 관련성이 거론되는 등 정치적 논란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권력 투쟁의 양상도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하튼 일련의 정치적 사건 내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권력 투쟁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으며, 누가 이기는지 흥미삼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스스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크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떠한 불안일까? 혹시 나도 사찰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정보를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나를 음해하는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등의 불안이다.

사실 이와 같은 불안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감시’와 ‘음해’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데 심각성이 있다. 불안의 성향이 있던 사람들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극단적인 증상은 ‘피해망상’이다. “국가정보원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 미행하고 있다” “지금 이 휴대전화는 도청당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해치기 위해서 주시하고 있다” 등의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다면, 피해망상이 의심된다. 망상이란 진실이 아닌 잘못된 사실을 마치 진실처럼 믿는 생각을 말한다. 실제로 나를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피해망상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국가 권력의 불법적 사용 내지는 남용은 다수의 피해망상 환자들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군부 독재 시대에 많이 보였던 피해망상 증상이 “중앙정보부(또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정보요원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였다. 어떤 환자는 증상이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이북의 김일성이 통일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 나를 만나려고 한다” “대통령이 나에게 정치 자문을 받기를 원한다” 등의 과대망상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정치 민주화 이후 그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감소했다. 그러나 2010년이 된 지금 현재 다시 과거로 후퇴하여 세상을 믿지 못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벌써부터 한 환자는 “선생님, 혹시 제 진료 기록을 누가 아는 것은 아닌지요?”라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제발 부탁인데 정치인들이나 높은 분들은 국민의 마음을 생각해서 무서운 일을 벌이지 말기를 바란다. 투쟁적인 모습이나 뺏고 빼앗기는 관계가 아닌 협력적이고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설정하라.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요, 지극히 인간적인 관계요, 정신적으로 건강한 모습이니 말이다. 혹시 평범했을 때는 정상인의 모습이었다가 출세하고 난 후 비정상인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아닐지 의심된다.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조종하며, 굴복시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은 필자가 볼진대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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