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가 최근 MBC 라디오 어느 프로에 출연,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노력한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요지였는데,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케 했다.

이영표 선수는 학창시절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고 고백했다. 고된 훈련을 끝내고 다른 선수들이 TV를 보며 쉬고 있는 동안 그는 혼자 개인 훈련을 나갔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혼자 산을 뛰며 체력 훈련을 했다. 살을 에는 한겨울 칼바람도 그의 집념을 꺾지 못했다.

그는 당시 동료 중 누군가가 새벽 5시에 일어났다면 자신은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을 것이며, 개인 훈련을 한 뒤 땀에 젖은 채 숙소로 돌아올 때 TV를 보며 여유를 부렸던 동료들이, 지금 돌이켜 보면, 고마울 지경이라고 했다.

그렇게 자신에게 혹독하고 엄격했던 그가 어느 날 깊은 좌절에 빠진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TV를 보며 여유를 부리는 동료들이 자신보다 축구를 더 잘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는 재능이 자신에게는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회한이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던 어른들이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 여겨졌다. 어른들이 그를 속인 것이라 생각했다. 운동장에 드러누워 이런 생각을 하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상심한 그에게 기적처럼 3개월 후 기회가 찾아왔다.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고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승승장구하게 된 것이다. 그제야 그는, 축구는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노력으로 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성공을 위해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실패라는 징검다리를 거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에 닿지 못한다. 성공이 성공이 아니며 실패가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란한 그의 ‘헛다리’가 결코 허방이 아님을 그는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생생하게 증명해 보였다. 우리들은,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아주 운이 좋거나 타고난 재능 덕분일 것이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영표 선수의 말처럼, 성공은 주어진 재능 덕분이 아니라 혹독한 자기 절제와 뼈를 깎는 노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결과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평범한 우리들은 그들의 빛나는 성취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고 심지어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그것을 위해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해서는 무심하기 십상이다. 그들만큼 땀과 눈물을 흘려보겠다는 각오는 좀체 하지 않는 것이다.

이영표 선수가 이런 말도 했다. 어느 감독이 경기에 지자, 자신의 전술을 이해하고 따라주지 못한 선수들 탓을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전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부하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고로 그는 실패한 감독이다. 이영표 선수는, 히딩크 감독의 특별한 힘이 바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대한민국의 화두가 ‘소통’이다. 4대강이다, 세종시다 하는 국가사업도 그렇고 이런 저런 정책들을 놓고 갈등과 대립의 파열음이 거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 사업이라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실패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초롱이’ 이영표 선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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