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요즘 청와대 청원이 화제다. 국민의 목소리가 국가기관에 전달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1월 30일 ‘소아당뇨 환우들의 수입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기기법 완화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1일 현재 6만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인은 “소아 당뇨 및 특발성 1형 당뇨, 자가면역질환 1형 당뇨 환자들에게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연속 혈당 측정기는 현재 국내에서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 해외 사이트를 통해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의료기기법에 있어서 위법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기법의 완화와 연속 혈당 측정기의 사용 및 구매에 대한 비범죄화”를 요청한다고 했다.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김미영씨는 자식 간호를 위해 2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소아당뇨와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환우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채혈을 해서 혈당검사를 해야 한다. 채혈을 하기 위해서는 바늘로 자녀 손가락을 찔러야 한다. 김씨는 너무나 가슴 아프던 차에 해외에서 채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기기를 발견했다. 직구로 구입한 혈당측정기에 엔지니어로 살면서 배운 기술을 접목시켜 ‘연속혈당측정기’를 만들어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킨 국내 최초 IT의료기기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원격으로는 물론 수면 상태에서도 혈당 수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엄마가 자녀 옆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손가락 채혈을 반복해야 하는 역사가 끝난 것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한 SNS 커뮤니티에 올렸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 요청이 쇄도했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지금도 겪고 있는 소아당뇨 환우와 가족을 위해 해외 직구 공동구매를 대행하고 환우와 가족들에게 자신이 발전시킨 연속혈당측정기를 실비로 제공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김씨가 ‘무허가 수입’을 해서 제조·판매했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개인이 수입해서 쓰는 건 허용되지만 유통은 금지돼 있다는 논리다. 식약처는 김씨가 2년 동안 모두 3억원어치를 수입했고 9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90만원에는 환율차로 얻어진 액수도 포함돼 있다. 식약처가 아무리 탈탈 털어도 90만원밖에 못 찾아 냈다는 것은 식약처 스스로 김미영씨가 자원봉사 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다.

해외에서 들여 온 걸 문제 삼는 것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식약처가 김미영씨가 연속혈당측정기 수입 신청을 거절한 탓에 자구책 차원에서 수입을 한 것이다. 김씨에게 물품을 건네받은 다른 환우의 엄마는 자신들은 해외에 필요한 물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는데 김씨가 그걸 대신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의 도움을 받은 다른 가족들이 다 따로 따로 김씨의 조언을 받아서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고 김씨의 기술을 전수 받아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기 위해 직접 납땜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으면 죄가 안 되고 김씨가 발전시킨 연속혈당측정기를 건네받으면 죄가 된다는 논리는 해괴한 논리다.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는 법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기존의 법을 조금만 폭넓게 해석하면 죄가 되지 않을 일을 어떻게든지 처벌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니까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식약처는 법률 규정이 그렇게도 마음에 걸린다면 김미영씨와 다른 환우 가족들에게 법 규정을 꼼꼼히 알려주고 다음에는 신경 써 달라고 말하는 게 옳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가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묻게 된다. 환자들과 가족들이 국내에서 환자 간호와 치료에 필요한 기기를 찾지 못했을 때 해외에 눈을 돌리는 건 국제화 시대에 자연스런 일이다. 해외에서 치료에 알맞은 기기를 어렵게 발견하고 업그레이드시켜서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크게 낮추고 환우 가족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든 것은 좋은 일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생각한 김씨를 범법자로 몰아가는 일은 지나치게 법 형식적이고 가혹한 일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김미영씨의 행동은 크게 칭찬받을 일이다. 국가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국가를 담당한 우리가 국민이 외롭게 겪는 아픔과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이 나라의 미래 세대이기도 한 자녀를 간호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 두고 스스로 해외에서 기기를 들여다가 IT국가의 국민답게 첨단 기술을 접목해서 자녀의 아픔을 덜고 다른 많은 소아 당뇨 및 1형 당뇨 환우와 가족들의 아픔까지 덜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감동의 스토리 두고두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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