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몇 년 전 ARCOmadrid 아트페어 때 마드리드 벼룩시장 골목에 있는 화랑인 Sunday Gallery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주인인 중년 남성 화가와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는 매주 일요일마다 그 작은 가게를 연다. 거기에서 커피도 팔고 지인들도 만나고 자신 및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 판매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문을 닫고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요일에만 가게에 나온다.

이 갤러리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신의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갤러리를 열어야 되고 또 닫아야 되고 하는 상황에서 손님들이 자주 올 것 같은 특정 요일에만 문을 여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Sunday Painter(일요화가)라는 것도 있다. 주말 부부라는 것도 있다. 운동선수를 위한 방과후 학교 등이 트리즈(TRIZ)에서 말하는 ‘시간 분리의 원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디에 시간을 전부 투자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꾸준히 하다보면 내공이 쌓이는 게 세상 이치이다.

지금은 미술대학에 가지 않아도 미술을 공부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이 즐비하고 책 등 정보가 산더미같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스스로 체계적인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한국에도 수많은 아마추어 화가들이 일요화가로서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장인어른이 몸담았던 국제화우회와 아지오(Agio), 정치인 김종필이 참여한 일요화가회 등이 금방 떠오른다. 외국에서는 윈스턴 처칠이 일요화가로서 마흔에 취미로 그림을 시작하여 화가의 반열에 오른 사례가 있으며 일요화가 출신인 루소처럼 유명한 화가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무엇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2003년도에 회사 동료들과 같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수 이은미의 500회 째 라이브 콘서트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녀가 매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느 화가가 개인전을 500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올해 그녀가 7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달성하였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데뷔 21년차의 가수로서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음악은 외로운 작업이며 자신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일 뿐이고 누구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즉, 가수의 생명은 대중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자신만의 음악을 해왔다. 공연 분위기를 위하여 맨발공연도 자주 하면서 말이다.

한편 <슈렉 포에버> <쿵푸 팬더>를 만든 드림웍스에서 레이아웃 팀장으로 일하는 전용덕 씨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라’는 지도교수의 말대로 소위 모험을 하여 자신만의 역량을 쌓은 ‘노력과 실력’ 예찬론자이다. 보통의 남들이 안 하는 것은 ‘꾸준함’이다.

일요화가들이 꾸준하게 열정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그들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변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하나는 소통이다. 정보가 있어야 방향도 선다.

아트딜러, 콜렉터, 갤러리 주인이며 <미술작품을 사는 기술(The Art of Buying Art: An Insider’s Guide to Collecting Contemporary Art)> 저자이기도 한 페이지 웨스트(Paige West)는 작가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고 넓게 알고 있으므로 작가들을 만나는 게 좋은 작품 수집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가끼리의 만남도 작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학습을 제공한다. 언프렌드(unfriend), 언팔로어(unfollower)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는 시대에 페이스북, 링크나우를 비롯하여 트위터 미니홈피 카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한 시대이다. 온-오프라인의 넓은 만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비결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단, 소위 연테크(緣tech)가 성공하려면 재미, 감성, 이익이 실현되어야 함을 우리는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하여 우리가 속하는 집단에 무엇인가 공헌할 수 있는 참된 사랑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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