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논란 딛고 女 매스스타트 은메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금 떠오르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 다른 말은 못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김보름(25, 강원도청)이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 32초 99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믹스트존으로 고개를 떨군 채 나왔다.
경기를 마친 김보름은 태극기를 흔들다가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시상식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 생각나는 말이 ‘죄송합니다’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것 같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부터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첫 번째 은메달 리스트로 기록됐지만 김보름의 얼굴은 시상식 중에도 이후 인터뷰 때에도 밝지 못했다. 왕따 논란 이후 김보름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묻어났다.
지난 19일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준준결승에서 8개 팀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이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이른바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보름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노선영 왕따 가해자로 ‘악플 비수’를 맞은 김보름은 선수촌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김보름에게 동료들은 식사를 가져다주며 묵묵히 위로해줄 뿐이었다. 심리상담 전문가가 김보름과 대화를 나누고, 체육인 전법단 스님들도 선수촌을 찾아 불교 신자인 김보름을 위해 기도를 해주며 위로했다.
이런 아픔을 딛고 24일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김보름은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책임감과 정신력이 이뤄낸 결과였다. 동계올림픽 여자 빙속 메달리스트는 이상화에 이어 두 번째다.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김보름은 당분간 휴식을 선택했다. 김보름의 소속사 관계자는 “3월에 세계올라운드선수권대회가 있지만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동안 마음의 고생이 심해서 3~4월에는 휴식하면서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