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한국문인협회회원

뗑깡(てんかん, 癲癇)

어느 날 진료 받을 일이 있어 동네병원 대기실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옆에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보고 있는 사람까지 어수선할 정도였다.

아이의 엄마가 옆 사람과 대화에서 ‘우리 아이는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말릴 수가 없다. 한 번 ‘뗑깡’을 부리기 시작하면…’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일상 중에 흔히 성격이 과격하고 심한 투정이나 행패 또는 생떼를 쓰는 사람을 가리켜 ‘뗑깡이 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뗑깡이란 말은 순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어 뗑깡(てんかん, 癲癇)에서 온 말이다. 뗑깡(癲癎)의 한자음은 전간이다.

전간이란, 의학 전문 용어로 뇌의 손상이나 경련으로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행동 정신질환인 간질을 뜻한다.

간질은 뇌신경 세포에 생긴 기능 이상으로 의식, 감각, 운동기능 장애가 돌발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팔다리가 떨리는 전신경련 증세를 보인다.

고집이 세고 막무가내로 심술을 부리며 생떼를 쓰는 모습이 마치 전간환자와 비슷한 데서 쓰여진 말로 보여진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이 전부가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 속에 흘러 들어온 외래어가 섞여 있고, 이 중 인용할 말이 있고 인용해서 득이 안 되는 말도 있다.

말은 하기 전에 검토하고 걸러내는 습관을 길러야 할 듯하다.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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