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포털에 실검 1위를 했다. 4일 안미현 현직 검사가 MBC방송에 나와 권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개입했다는 폭로성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을 듣고 분노한 국민들이 많았다. 

법사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권 의원이 거부하자 전원 퇴장했다. 권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퇴장한 야당 측 위원들과 민주당을 비난했다. “법사위를 파행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이 유감표명을 하지 않으면 제가 법사위원장으로 있는 한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 다음 날 권ㅜ 의원은 안 검사의 인터뷰는 모두 허위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안 검사가 인사불만 때문에 폭로성 인터뷰를 했다고 했다. 검사로서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며 ‘검사답지 않다’고도 했다. 7일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3가지 혐의로 안 검사를 고소했다.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는 2012~2013년 동안 저질러진 일이다. 2016년 2월 강원랜드 자체 감사에 따르면 채용된 518명 가운데 493명이 청탁 등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됐다. 채용인원의 95%에 이른다. 강원랜드는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한겨레신문(2017.9.18.)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비리행위 과정에서 향응접대나 금품수수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수사의뢰서에 직접 기술해 넘겼지만 최홍집 사장과 인사팀장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을 뿐이다. 인사팀에서 작성한 ‘청탁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권성동 의원에 대해선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다. 

2017년 9월 25일 청년유니온,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7개 시민단체는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권 의원은 인턴비서로 일했던 하모씨가 지원한 강원랜드 일반직군의 서류전형 합격인원을 부당하게 늘리도록 하고, 하씨의 최종 성적이 채용계획선인 17위 아래였음에도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도록 했고 하씨를 포함해 10명 이상을 강원랜드에 취업하도록 부정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권 의원은 의혹의 한가운데 있다. 국회에서 법을 다루는 법사위의 위원장직을 계속 맡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 많은 국민들은 권 의원이 스스로 수사를 자청하기를 바라고 있다. 권 의원은 수사를 자청하는 대신에 안 검사를 고소하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시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행동이다. 더욱이 안 검사를 고소한 내용 가운데는 자신과 직접 관련된 ‘명예훼손 건’ 말고도 공무상 비밀누설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도 들어 있다. 안 검사를 옭아매기 위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명예훼손죄는 우리 사회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나 권력자가 악용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법률이다. 법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명예훼손죄에 의지해서 자신을 변호하려고 하는 것은 어딘가 궁색하다. 안미현 검사가 폭로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 검찰 스스로가 구성한 탓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가 여전하지만 이왕 출발했으니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검찰이 이번에도 면죄부를 주는 수사를 하고 끝낸다면 검찰이 근본부터 흔들릴 것이다. 

법사위 파행을 시작으로 국회가 모두 멈추는 분위기이다. 제천 참사, 밀양 참사로 안전법률 제정이 시급한데 국회가 잠을 자고 있어서야 될 일인가. 법사위를 정상 가동해서 안전법률과 민생법률을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한국당은 여당 측의 법사위원장 사퇴 요구와 법사위원 퇴장을 빌미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를 파행시킬 것이 아니라 권 의원에게 수사를 자청하도록 해야 하고 권 의원이 수사 받는 동안만이라도 법사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안전법률을 발의하는 것도 논의하는 것도 통과시키는 것도 하지 않는 국회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 받지 못한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도 화재 예방 대책, 지진 대책을 담은 법률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제천과 밀양 참사로 고인이 되신 망자들은 얼마나 원통하고 망자의 유족들은 얼마나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 것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