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한국문인협회회원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고유어가 있고 글이 있다. 일상생활에 자기 나라 말이나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외래어를 도입할 경우 발음했을 때 소리 나는 그대로 사용하거나 우리말로 순화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일상 중에 뜻하지 않게 우리말도 외래어도 아닌 변질어를 만들어 쓰고, 어원도 모르고 그저 우리말이려니 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그냥 어물어물 넘어가면 우리말은 찌끼로 낀 언어가 될 것이다.

하루는 가족들이 외식을 하자는 등살에 끌려 ‘돈가스’ 전문점이라는 집에 가게 됐다. 음식점에 들어서니 약속이나 한 듯 ‘돈가스’를 시키는 것이었다.

식사를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생각하니 ‘돈가스’란 말이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돈가스’란 ‘포크 커틀릿(pork cutlet)’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이란 뜻인데 아직까지 우리말로 정리된 단어가 없어 부르기도 애매하다.

‘포크 커틀릿’이란 단어는 1872년 일본에 상륙했고 이를 받아들인 일본은 1895년부터 ‘돈(豚)가스(とんカツ-豚カツ)’라고 개량해 부르기 시작했다.

포크커틀릿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포꾸까쯔레쯔(ポクカスレス)’라고 소리 난다. 일본 사람들은 외래어를 원문 그대로 발음하지 않고 줄여 쓰는 경향이 있다. 공구 중 하나인 멍키스패너(monkeyspanner)를 몽끼(モンキ)로 부르는 것이 그 예다.

과거 일제의 침략으로 36년간이란 세월 동안 말과 문화를 빼앗겼던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 우리 고유의 언어를 변질시키고 있다. 어언 65년이 지났건만 당시 오염된 언어가 좀처럼 정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속상할 따름이다. 책임은 당시를 살아온 노년 지식층에도 있다. 변질된 용어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같은 외래어라 할지라도 일본어에 대해선 적개심이 앞서고 친근감이 안 간다.

역사적으로 쓰라렸던 과거와 독도문제 등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다. 간혹 TV 방송에서 출연자가 대화 중 일본식 단어를 사용하면 진행자가 즉시 올바른 우리말로 시정해 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잘못된 외래어를 바로잡고, 바로 알아 우리말로 정착하는 게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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