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김경일 교수가 최근 연구원에서 발표한 ‘동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결과물’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한국학중앙연구원 김경일 교수가 최근 연구원에서 발표한 ‘동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결과물’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연구 결과물 발표
“문제 해결 위해 공동 논의하는 기구·제도 마련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 이후, 이 문제는 학계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과 동아시아차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저서·논문·보고서 등 자료가 동아시아 내에서 1000여편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도 ‘동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연구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자행된 일본군 ‘위안부’의 전체상을 조망하고 성매매, 인신매매, 국외이송 판결문 등의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번 연구책임자인 김경일 교수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1:1 인터뷰.

― 연구원 발표 내용의 핵심은.

문제의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위안부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규모가 어떤지 등의 주장이 다르다. 여러 서적이 나오지만, 얽힌 문제를 제대로 풀어낸 것은 없다. 한국도 한국 입장에서 말하지만 피해를 본 나라는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피해 규모를 말한다. 또 가해자인 일본, 피해자인 식민지 국가와 반식민지 국가들이 겪은 사정은 나라와 민족마다 다르다. 그래서 그 주장이 어떤 것이 타당한지를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각자의 나라 입장에서만 대책을 찾는데, 동아시아에 있는 대만·한국·중국을 포함해서피해국들이 서로 상호소통하고 연대해서 자료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본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것은 일본의 민간 시민단체나 민간연구자, 변호사 등이 많이 나섰다. 이들의 공도 굉장히 크다.

평화의 소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평화의 소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 고 김학순 할머니 증언이 필리핀에도 영향을 줬다는데.

그렇다. 김학순 할머니 증언 이후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인 마리아 로사 헨슨은 ‘나도 그랬다’며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의 ‘위안부’ 체험을 증언했다. 그녀처럼 일본군에 희생됐으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여성들의 잇따른 증언을 불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는 마치 1919년 3.1운동으로 중국에서 5.4운동 벌어진 것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피해 민족에게 자극과 각성을 줬다. 위안부 문제도 동아시아 차원에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날 문제 해결을 놓고 전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시민 단체에서 열심을 내지만,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차원으로 하는 영향력 있는 연구 기관과 인력은 없다.

― 일본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된 ‘위안부 징집 과정’의 핵심은.

일본은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을 겪었다. 전쟁의 연속이었다. 일본정부는 군인들의 성욕 관리가 직결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일본 국내의 성매매 시스템(공창제)을 제국 일본의 국가권력이 미치는 범위까지 확대했고 ‘위안부’ 동원의 장치로 기능하게 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다른 서구 제국주의와 다른 천황제하에서 독특한 여성차별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에는 매춘부를 동원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란이 길어지자 방대한 여성 조달이 필요했다. 위안소 개설 후 민간에게 위탁하게 했다. 관리권은 군대가 가지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를 증명하는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일제는 조선 여성들을 선호했다. 그 이유는 일본인과 비슷하게 생겨서다. 일본 이름을 붙여놓으면 일본 여성과 비슷했다. 또 일본 말을 모르고 현지어도 모르니 보안 등에도 염려가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선은 일제가 권력을 가지고 동원할 수 있는 식민지였다.

귀성길 오르는 소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귀성길 오르는 소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8

―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의 폭력이고 전쟁에 관한 인간성 말살, 여성인권 등의 문제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전체적으로 같이 소통하는 기관이나 제도가 있어야 한다. 한국이 그런 측면에서 상생적인 역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최대 식민지 피해를 본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충분히 앞장서서 문제 해결을 주도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다. 당사자도 거의 돌아가시고, 자료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의 시민단체나 연구자의 역할도 크다. 1970년대부터 계속 자료를 모으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그분들은 입지 조건이 우리와 또 다르니 이런 주장을 할 수는 없다.

― 정부의 ‘위안부 합의’ 어떻게 보는가.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당사자 합의 없이 국가가 나섰다. 국제외교관계와 현실을 고려해 정부에서 결정을 내렸으나 그동안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주도할 수 있게 우리가 배려와 지지를 해줬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산발적으로 각국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대처하는 게 아니라, 여성인권, 국가폭력, 전쟁 등의 관점에서 공동 논의할 수 있는 제도나 기구가 마련되길 바란다. 동아시아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보편성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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