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1841년 미국 화가인 존 랜드가 튜브물감을 개발한 후로 그림을 화실이 아닌 야외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돼지 방광에 물감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현대적인 개념의 치약은 1873년 콜게이트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향기가 있는 치약을 선보였는데 이 때에는 병이나 항아리에 담아 팔았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 튜브 속에 치약을 넣은 사람이 나타났다. 1896년에 소개된 Colgate dental cream은 현재와 같이 짜서 쓸 수 있는 튜브에 담아 팔았고 현대적인 치약의 형태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와 다른 분야에서의 성공을 나의 성공과 연계시키는 것이 통섭의 개념이다. 며칠 전 나는 <통섭과 미술>이라는 특강에서 피카소의 번뜩이는 관찰성과 예술가들의 남의 작품에 대한 탐구에 대하여 얘기하였는데 브로사이의 <피카소와의 대화>를 읽으며 이와 관련하여 더 많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피카소가 창조의 원동력으로서, 또 대가들의 비밀을 캐기 위하여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변형하여 새로운 작품들을 만든 일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이다.

피카소에게 영향을 준 대가들은 그뤼네발트, 들러크루아, 마네, 크라나흐, 푸생, 벨라스케스, 로트렉, 세잔, 그레코, 앵그르 등이다. 한편 아르누보 양식과 자신을 동일시하였던 달리는 수년 동안 밀레의 <만종>을 자신의 작품에 집어 넣고 <만종>을 어설프게 흉내내어 그려넣은 물건들까지 거의 모두 수집했다.

달리는 생각과 콤플렉스, 진지함, 풍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대담하고 기묘한 유머를 좋아하였다고 하는데 그는 ‘밀레의 만종에 나타난 비극적 신화’라는 사설에서 <만종>을 퇴폐와 꿈의 예로서, 성적 억압의 기념비적인 이미지로 평가하였다.

피카소는 이러한 달리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모터보트’ 같다고 평가하였다. 돌고 있는 모터보트가 파란을 일으킨다. 파란을 통해 남과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창의력이다. 녹슬고 뒤틀린 바퀴빠진 어린이용 외발 자전거에서 피카소는 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꼬리 대신에 붉은 깃털을 덧붙여서 <새>를 완성하였는데 어느 출판인이 그것을 보고는 조각이라기보다는 물건이라고 평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카소는 이렇게 대꾸하였다. “내게 저것은 조각이고 이것을 물건이라고 가르치려 들다니 뻔뻔스럽군. 내가 분명 그보다는 조각에 대하여 더 많이 알 텐데 말이야. 예술가의 역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과 상관이 있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늘 낡아빠진 생각들과 구태의연한 정의에만 매달려 있군.”

사물을 서로 접목시키고 시각적인, 음성적인, 상상적 은유를 제안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며 능력이다. 피카소는 석기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물건들은 분명히 나무, 직물, 가죽들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믿으며 석기시대를 나무의 시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돌보다는 이들이 훨씬 다루기 쉬운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돌은 썩지 않으니까 남아 있는 것이며 나무, 직물, 가죽들은 썩어서 없어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이 계속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작품이 창조해낸 전설이다.” 피카소가 한 말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본다. 그리고 다 보았다고 말한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소위 통섭이란 ‘있는 것끼리의 소통’이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예술가의 능력이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 위하여는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정신세계를 들여다 보고 또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통섭을 이해하여 소설과 음악에서 회화적 모티브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C.C.R의 ‘Hey Tonight’, 새비지 로즈(Savage Rose)의 ‘Wild Child’가 마이클 정(Michael Chung)의 미술 작품으로 재창조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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