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숙녀 시인 한민족독도사관 관장

울릉도에 가면 독도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서지학자 이종학 선생이 평생 동안 수집했다는 울릉도 문헌을 비롯하여 독도에 관한 귀중한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후손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역사의 뿌리가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지킴이의 붙박이가 되어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의 품속을 걸어가면서 남다른 독도사랑으로 그동안 독도를 지켜온 인물들을 둘러본다.

지금 독도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어부 김성도, 김신녀 부부가 있다. 김성도 씨는 독도리 이장이기도 하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80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고 나오자, “단 한 명이라도 우리 국민이 독도에 살고 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울릉읍 도동 산 67번지(당시의 독도 서도 거주주소)에 주민등록을 옮긴 최종덕 씨가 있다.

그는 서도에 ‘물골’이라는 샘물을 발굴하는 등 독도사랑의 초인적 삶을 살다 1987년 생을 마쳤다. 최종덕 씨의 사위이면서 울릉도 주민이었던 조준기 씨는 장인의 뜻을 이어 지난 86년 7월 독도로 전입해 수산물 채취권을 이어 받았으나 92년 뭍으로 이주하였다.

3대가 울릉도, 독도를 지킨 가문이 있다. 홍재현은 조선시대 호조참판을 지내다 울릉도에 유배된 조부를 따라 울릉도에 정착했다. 그는 독도에 나타난 왜인들을 물리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고히 밝히고 돌아왔다. 그 후 계속된 일본의 독도 침입은 그의 아들 ‘홍종욱’이 대를 이어 막아냈으며 손자인 ‘홍순칠’은 그 유명한 ‘독도의용수비대’ 대장이 되었다.

‘독도의용수비대’가 이루어낸 3년 동안의 활약상은 전설적인 실화로 전해져 내려온다. 1953년 울릉도 출신 참전 전역군인들이 육군상사 출신 홍순칠(87년 작고)을 대장으로 하여 ‘의병’의 기치를 내걸게 된 것이다. 일본이 한국전쟁 중 우리 행정력의 공백기를 틈타 독도에 ‘일본령’이라는 한자표지를 세웠기 때문이다. 홍재현 일가는 3대에 걸쳐 독도를 지켜온 증인들이었다.

1881년 조선은 무관 이규원을 울릉도 검찰사로 파견하였다. 그는 섬을 시찰하고 돌아와 울릉도를 포기하지 말 것을 주장하였고, 그 후 조정은 공도정책을 철폐하면서 다시 백성들을 울릉도로 이주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용복은 당시 동래부(부산 좌천동) 태생으로 좌수영 능노군(노 젓는 사람)으로 군역을 마쳤다. 안용복은 2차례나 일본으로 건너가 도쿠가와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라는 서계를 건네받았다. 일본 측 문헌인 <통항일람>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에서 불과 하루 거리이지만, 일본 땅에서는 닷새 거리이므로 분명히 조선 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강력한 주장에 막부가 두 손을 들고 인정하였던 것이다. 일본 막부는 1696년 1월 28일 일본인들의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 대한 도해금지 조치를 내렸다. 안용복은 ‘울릉우산양도감세관’이라고 자칭하고, 또다시 막부를 찾아가 강력한 항의 끝에 다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는 확약을 얻어낸다.

안용복은 대마도주를 또 찾아가 도주로부터 완전굴복을 얻어냈다. <번례집요>가 바로 그것을 기록하고 있다. 이 문헌에서 대마도주까지 비로소 울릉도와 독도의 조선영유권을 인정하였다. 안용복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을 스스로 맡아 한 사람이다. 당시의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극복하려면 천민 출신으로는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행위가 가져다 줄 자신에 대한 혜택에는 모호한 그림밖에는 없었다.

강력한 일본의 막부를 상대하고 미온적인 국내 여건으로 도와줄 사람들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인 줄 훤히 알면서도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역할과 자취를 남기고 조선으로 돌아와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근래 경찰에서 독도를 지켜온 이후 순직한 경찰관 및 행정공무원의 수가 열 명을 넘어서고 있다. 독도는 우리의 선조와 형제들의 목숨 값으로 지켜온 한민족 혼(魂)이 살아있는 섬이다. 안용복 장군의 충혼과 함께 이러한 역사가 이 땅에 전해지고 있는 한 후일 홍순칠과 같은 의협들이 부단히 일어나 일본의 망동을 기필코 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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