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2018년은 무술년 ‘개’의 해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경서 안에서도 신은 개에 얽힌 일화들을 통해 신앙인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교훈이 되는 일화가 있기도 하며, 훗날에 벌어질 일을 경계하기 위해 예언적인 성격으로 미리 알려준 내용이 있기도 하다. 본지는 무술년을 시작하며 각 종교의 경서와 민속신앙에서의 ‘개’에 얽힌 이야기들을 찾아봤다.

경서 속에 등장하는 ‘개’는 어떤 의미?
인류와 밀접한 개, 경서에 다양하게 등장
불경 속 지혜로운 개, 어리석은 사람 꾸짖기도
성경 예언 속에선 탐욕·이기적인 목자 가리켜
민속신앙, 꿈에 등장하는 개들 갖가지로 해몽 

‘모견도’의 일부분. ‘모견도’는 조선 중기 화가 김두량(1696~1763)의 작품으로, 새끼에 대한 어미 개의 모정이 잘 표현돼 있다.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모견도’의 일부분. ‘모견도’는 조선 중기 화가 김두량(1696~1763)의 작품으로, 새끼에 대한 어미 개의 모정이 잘 표현돼 있다.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천지일보=강수경·박준성·이지솔 기자] ◆불경에 나오는 ‘슬기로운 개’ ‘미련한 개’

석가모니 부처는 중생을 교화하고 깊은 뜻을 가르치기 위해 자연의 이치와 동식물을 들어 설했다. 그 중 개에 관한 설화가 있어 소개한다. ‘남전(南傳)자타카’에는 부처가 설한 ‘슬기로운 개’ 이야기가 나온다. 개에 관한 남전자타카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한다.

옛날 바라나시에 부라후맛다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공원묘지 부근에 수백 마리의 개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왕께서 수레를 타고 꽃구경을 갔다가 돌아왔다.

종자가 수레를 뜰에 두고 말만 데리고 갖는데 그날 밤, 궁중의 개들이 귀한 가죽과 끈을 다 먹어버렸다. 이를 종자가 왕에게 아뢰었다. 화가 난 왕은 ‘개를 다 잡아 죽이라’ 명했고, 종자들은 궁중 안에 있는 개는 하나도 죽이지 않고, 모두 밖에 있는 개만 잡아 죽였다.

소식을 들은 개왕이 혼자 궁중으로 기어들어 갔다. 궁인들이 잡으려 하자 개은 쏜살처럼 달려가 왕의 용상 밑으로 들어갔다.

왕은 ‘너는 어디서 온 개냐’ 물었고, 개는 ‘대왕의 나라에서 사는 개이며, 여기 온 것은 개란 개는 모조리 잡아 죽인다 해 그 내력을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왕은 그 사유를 이야기했다. 개는 ‘만일 사람이 죄를 지었다면 그 죄를 지은 사람을 잡지 못한다 하여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입힌다면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한 왕에게, 개는 ‘그렇다면 어찌해 대왕께서는 똑같이 대왕의 자비 속에 사는 백성들(개)을 괴롭히십니까’, ‘내가 그 도둑을 잡아내겠다’고 답했다. 이어 ‘낙장(酩奬)과 길상초를 얻어, 궁중의 여러 개들을 불러서 먹이고, 어젯밤에 먹었던 가죽과 끈을 모두 토해내게 했다. 개왕은 ‘보십시오, 임금님께서 정의를 가려 정치를 베풀지 못하신다면 이렇게 애먼 백성들을 상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왕은 크게 뉘우치고 그 뒤부터는 무슨 일이 생기든 바른 법에 기준해 정의를 밝혀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 석가모니 부처는 이 설화를 마치고 ‘그때의 왕은 아난이고, 개왕은 나며, 여러 개들은 나의 권속이다. 나는 오늘뿐 아니라 옛날에도 약자를 위해 이렇게 보살도를 행했다’고 설했다.

이와는 반대로 대장엄경론에는 어리석고 미련한 개에 관한 설화도 나온다. 대장엄경론에선 ‘돌멩이를 쫒는 개’ 이야기를 한다. 한 마리의 사자와 개가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사냥꾼이 숲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사자를 향해 활을 쏘았다. 사자는 재빨리 몸을 숨기고, 화살이 날아온 쪽을 지켜보고 있다가 사냥꾼이 숨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려 잽싸게 그를 물어 죽였다. 사자와 개는 다시 길을 떠났다. 한참을 걸어 마을 근처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돌멩이가 날아와 어리석은 개의 이마를 마쳤다. ‘이놈의 돌멩이, 가만두지 않겠다’ 어리석은 개는 돌멩이를 공격하기 위해 사방으로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자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개에게 말했다. ‘이보게, 돌멩이를 맞지 않으려면 돌멩이를 던진 사람을 쫓아내야지, 무엇 때문에 돌멩이를 쫓아다니는가’. 어리석은 자가 이와 같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정우재의 ‘Gleaming Beyondsight’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정우재의 ‘Gleaming Beyondsight’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성경의 개 ‘교훈-예언’ 의미 각각 달라

기독교 성경에서 개의 의미는 대체로 긍정적이지 못하다.

먼저 교훈적인 내용에서 등장하는 개는 사람과 짐승을 대비하는 표현으로 자기를 낮추거나 상대를 비하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일테면 다윗이 골리앗이 속한 블레셋 족속과 싸우러 갈 때 막대기를 들고 가자 블레셋 족속은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삼상 17:43)”며 다윗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장면에서는 자신들의 불쾌한 감정을 개에 빗대 표현했다. 또 사울의 손자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은 다윗 왕이 “네 조부 사울의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먹을찌니라”라고 하자 자신을 낮춰 “이 종이 무엇이관대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약에서는 마태복음 15장 26~27절(마가복음 7장 27~28절)에 개에 대한 표현이 등장한다. 이방 가나안 여인이 자신의 딸이 귀신 들렸다고 고침을 요청하자 예수는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라고 말했다. 이방 가나안인을 개에 빗댔다. 여인은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고 답해 그의 믿음으로 딸이 고침을 받게 됐다.

예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성경 내용에서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구약 선지서인 이사야 56장 10~12절에는 특정 부류를 가리켜 ‘개’에 빗댔다. 바벨론에 사로잡혀 예루살렘의 선민들이 포로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이끌고 있는 목자들을 ‘개’에 빗댔다.

‘그 파숫군들은 소경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개라. 능히 짖지 못하며 다 꿈꾸는 자요. 누운 자요.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니,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요. 그들은 몰각한 목자들이라 다 자기 길로 돌이키며 어디 있는 자이든지 자기 이만 도모하며, 피차 이르기를… (생략)’

즉 성경은 진리를 말하지 못하면서도 탐욕이 심해 자기 이익만 도모하는 몰각한 목자를 가리켜 ‘개’라고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의 진리를 접했다가 등진 배도자를 가리켜 ‘개’라고 표현한 내용도 등장한다. 마태복음 7장 6절에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라고 하며 ‘참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저희에게 응하였도다(벧후 2:22)’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처럼 하나님의 입장에서 패악을 저지르는 개와 같은 존재들에 대해 빌립보서 3장 2절에서는 ‘개들을 삼가고’라고 표현한다. 요한계시록 22장 15절에서는 하나님이 계시는 거룩한 성에 이러한 ‘개들’은 들어가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예언들에 등장하는 개는 개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 실제 개가 아니다.

새해에 액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였던 개 부적.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새해에 액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였던 개 부적.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

◆꿈속에서 개가 말을 거는 의미는?

“뭐야, 개꿈이잖아”

민속신앙에서는 경전에는 딱히 개가 등장하는 내용은 없다. 반면 일상의 변화에 해석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꿈이다. 민속신앙에서 꿈은 예언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때문에 꿈 내용을 맹신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개가 등장하는 꿈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을까. 개꿈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꿈은 태몽의 징조로 예쁜 딸을 낳는다는 해석이 있다. 또한 귀인이 찾아올 반가운 꿈으로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고도 본다.

이와 비슷한 태몽으로는 개가 고추를 물고 들어오는 꿈이 있다. 이 꿈은 영특한 아들을 낳고 이후에는 이 남자아이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게 될 좋은 꿈이라는 해석이다.

개와 싸워서 이기는 꿈은 질병에 걸렸다면 곧 완쾌해지는 꿈으로 본다. 또 과거에 있었던 나쁜 일은 떨쳐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꿈으로도 여겨진다.

잠을 자는 개가 나오는 꿈은 인간관계, 일 등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일이 긍정적으로 풀리게 되는 길몽이라고 해석한다. 반려견을 입양하는 꿈은 학생은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실업자는 좋은 직장에 사업가는 사업이 번창하게 될 징조, 개가 손을 물고 놓지 않는 꿈은 자신의 능력이나 결과물을 평가받을 기회가 생길 징조로 믿기도 한다.

반면 개가 사납게 짖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꿈은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 몹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 개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꿈은 주변 사람들과 언쟁이나 마찰을 빚게 되고 자신의 위신이 크게 손상될 징조로 해석된다.

개를 안아서 쓰다듬는 꿈은 좋은 꿈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는 자식이나 친구로 인해 근심거리가 생기고 하는 일이 난관에 부딪힌다는 흉몽으로 본다.

이처럼 민속신앙에서는 꿈에 대한 여러 해석을 하지만 증명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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