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면에 마지막으로 올리는 시론이다. 정유년 한 해를 보내고 무술년 새해를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이를 일컬어 송구영신이라 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잘못된 해석이다. 본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송년과 신년을 넘어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는 광의의 개념이다. 그러면 왜 끝내야 하고 또 맞이해야 하는가. 그것은 부패하므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때가 예고 없이 가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예고되고 때가 오는지를 살펴보자.

나라가 위태롭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암울한 시대를 만났을 때, 그 시대와 특정 인물을 들어 장래사 곧 예언을 하게 되니 예언인즉, 송구영신이며, 이는 부패한 시대를 끝내는 말세와 종말이며 나아가 새 시대 창조인 것이다. 결국 그들이 당한 시대를 들어 다음 시대의 종말과 말세 나아가 새 시대를 약속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 시대나 도래하는 시대나 그 때와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그 무지가 종말을 자초하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테면 남사고는 조선 중종 때 천문지리학에 능했고 유학자로도 덕망이 높았던 인물이다. 그 당시는 부패할 대로 부패해 탐관오리가 들끓고 조정은 당파싸움으로 사대사화를 겪을 만큼 온 나라는 피로 물들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아무 희망이 없던 시절, 하늘은 남사고를 들어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언해 놨으니 바로 격암유록이다.

그 예언서에는 ‘말세골염 유불선 무도문장 무용야’라며, 말세와 종말은 부패한 종교의 끝을 말하며, 이는 자기 생각에 염색되어 스승은 많이 있으나 그 도(道)는 아무 소용없게 되고, ‘송구영신 호시절 만물고대 신천운’이라며, 가고 오는 때는 좋은 시절이며 만물이 고대하던 새로운 하늘이 열리는 운세라 했다. 이는 그 시대를 들어 기록하게 했을 뿐 사실은 그 시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새로운 종교가 나타나 부패한 종교를 끝내니 모든 만물은 이를 기다려 왔으며, 이를 두고 송구영신의 때라 했다면 언젠가 이러한 때가 도래할 것을 알렸을 뿐이다.

유교뿐만이 아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다시 찾고자 종교지도자 33인(기독교 16, 불교 2명, 천도교 15명)에 의해 발표된 독립선언문의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조정의 부패와 무능으로 일제강점기를 맞은 암울한 현실 상황 속에서 그 시대가 처한 현실을 들어 장래 도래할 또 다른 의미의 부패와 그 부패로 인해 받게 될 멸망, 나아가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약속해 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으랴.

그 증거는 바로 “신천지(新天地)가 안(眼)전(前)에 전개되도다 위력(威力)의 시대가 거(去)하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내(來)하도다” 즉, 종교가 본질을 떠나 권력이 되므로 부패하고 타락할 때, 그 부패한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종교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을 독립선언문 안에 약속해 놓았으니 이 또한 송구영신을 의미한 것이다.

기독교 경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제1 계명은 “나 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법은 솔로몬의 범죄 즉, 이방신을 섬기므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떠나가게 됐고, 그 결과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으며,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멸망 받고, 하나 남은 남유다마저 바벨론에 의해 사로잡혔을 때, 그 사로잡힌 자 중 한 사람인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를 들어 장래 일을 또 예언했으니, 이때도 이스라엘이 처한 현실을 들어 훗날 도래할 새 시대 창조였다. 이 또한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사 65:17)”고 기록됐으니 그 증거다. 즉, 지금까지의 종교가 아닌 새 종교의 출현과 함께 창조될 새 시대를 알리고 있는 것이며, 기독교 경서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계시록에서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계 21:1)”고 하면서 실제 새 시대가 열리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송구영신이란 신의 섭리 가운데 가고 오는 시대를 알리는 것이며, 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장래 일을 약속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알게 될 때 가능해지는 것이며, 안다는 것은 곧 깨달음을 전제로 한 말이기도 하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이라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며, 이는 ‘아는 만큼 보인다’ 혹은 ‘내가 참으로 알 때 보인다’는 의미다.

이제 눈을 돌려 이 세상을 보자. 이 세상이 부패하고 타락한 근본에는 바로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언급한 바대로 무엇인가를 약속한 게 있어야 한다. 이 약속이 있는 종교가 바로 ‘유불선’이라고 했고, 그 외는 종교의 이름은 가졌으나 사실상 종교로 볼 수 없으며, 그 이유는 유불선을 도용했거나 사람이 고안해 낸 사교나 그 나라의 문화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유불선 종교라 할지라도 남사고의 예언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말세골염 유불선 무도문장 무용야’가 됐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이러한 종교의 가면을 쓴 종교 현실이 결국은 한 시대를 끝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는 점을 동서고금의 예언서와 오늘날 현실이 증명해 주고 있으니 이때가 어떠한 때인가도 알게 하는 것이다. 바로 송구영신의 때이며, 이때에는 가는 시대에 미련을 두지 말고, 도래하는 새 시대에 참여할 것을 선지자들은 일찍이 염려해 왔던 것이다.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을 맞이하는 기로에서 더 큰 의미의 송구영신을 깨달을 때 도래하는 새 시대를 예비하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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